[특파원 리포트] 日 기자가 슬쩍 준 정보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9.09.07 03:15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지난해 9월 한 일본 기자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조만간 휴가를 간다던데 들었어?" 하고 물었다. 국무장관이 뜬금없이 가을 휴가를 간다니…. 이 한마디를 실마리로 본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일본만큼 한국과 안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곳이 없다. 백악관이나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 기자들이 질문하는 관점은 거의 같다. 국내에 보도되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백악관과 국무부 반응 상당 부분이 일본 기자들이 질문한 것이다.

워싱턴만 보더라도 한·일 정보가 공유되면 사건의 이면을 좀 더 파악할 수 있다. 지난 7월 워싱턴에서 한·미·일 의원 회의가 열렸을 때 한·일은 대외적으론 서로 "신뢰를 잃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기자들이 전해준 분위기는 좀 달랐다. 의원단의 버스를 끝까지 추적했던 일본 기자는 "한·일 의원들이 카메라만 빠지면 웃으면서 얘기를 잘 하더라"고 말했다. 서로 비판하면서도 대화 의지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강경화 외무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의외로 사이가 좋다는 얘기도 워싱턴 싱크탱크와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두 사람이 양국 국민감정을 의식해 만날 때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사실은 서로 양해를 구하고 하는 행동이란 것이다. 실제 지난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가운데 서 있고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이 굳은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사진이 찍힌 것은 세 사람이 합의하고 했던 '카메라용 포즈'였다는 설명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악화된 한·일 관계 속에서도 양국 외교 수장이 고충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3월 헤리티지재단에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화상으로 연결한 세미나를 했다. 패널로 참석한 테드 요호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공화당 간사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황당한 실수를 했다. 이때 한 일본 기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금방 정말 웃기는 일이 있었다"며 해프닝 내용을 보내줬다. 우리는 한참 웃으며 이모티콘을 교환했다.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만들어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에게 친근하다.

한·일 기자가 메신저로만 연결돼도 워싱턴 주요 이슈는 웬만큼 따라갈 수 있다. 하물며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시너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보는 한 번에 완전하게 얻기 어렵다. 중요 정보일수록 조각조각 퍼즐을 모아 맞춰나가야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 지소미아 파기는 가장 중요한 퍼즐을 버리겠다는 의미다. 일본이 보기 싫다고 내 눈을 찌르면 누가 손해인가.


조선일보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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