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영상에 '폭파'란 말 썼더니 경고가… 유튜브 '노란 딱지의 난'

권승준 기자
입력 2019.09.07 03:00

[아무튼, 주말] 옐로카드 남발 논란

구독자가 100만명에 달했던 유튜버 이환씨가 ‘노란 딱지(사진의 원형 달러 표시)’를 받아서 계정을 폐쇄한다고 선언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수십만~수백만명의 구독자로 포진하고 거침없이 진격하던 한국 유튜버들에게 제동이 걸렸다. 이른바 '노란 딱지의 난' 때문이다. 노란 딱지는 유튜브에서 약관에 위배된 콘텐츠에 붙이는 노란색 달러 아이콘을 가리키는 은어다. 유튜브에서 특정 콘텐츠에 이 노란 딱지를 붙이면 해당 콘텐츠에는 앞뒤나 중간에 붙일 수 있는 광고의 종류가 제한되거나 아예 광고를 붙일 수 없게 된다. 또 유튜브에서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는 '추천 영상'에도 올라갈 수 없게 된다. 유튜버들의 주요 수입원이 콘텐츠에 붙는 광고 수익인 만큼 이는 계정 폐쇄나 정지 다음으로 강력한 제제다.

유튜브는 2017년 8월 이 노란 딱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유튜버들 사이에서 '노란 딱지의 난'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최근 이 노란 딱지를 붙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BJ 이환씨 사례다. 이씨는 구독자 100만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버였지만, 지난달 28일 몇 년간 올린 모든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밝히며 계정 폐쇄를 선언했다. 이씨는 '먹방(먹는 방송)'이나 일상생활 영상을 주로 올렸지만, 그가 영상을 조작하거나 다른 이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계속한다는 이용자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또 '가로세로연구소' '고성국TV' 등 주로 우파 계열의 유튜버들이 올린 콘텐츠들 중에서 노란 딱지가 붙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올리는 영상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성씨도 "최근 유튜브에 올린 문재인 정부 비판 영상 중 여러 개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튜브에서 노란 딱지를 붙이는 정확한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 공개한 콘텐츠 가이드라인에는 폭력, 성인용 콘텐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 등 11개 항목이 노란 딱지 부착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례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너무 추상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에서는 노란 딱지를 붙일 때도 해당 유튜버에게 '광고주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간단한 통지문만 보낸다. 그러다 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는 영상인데도 노란 딱지가 붙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을 다룬 콘텐츠를 올린 한 유튜버는 "영상에 '폭파'라는 말만 썼는데 유튜브에서 노란 딱지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유튜브는 AI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의 정책에 반하는 영상을 선별하고 있는데, 이 AI와 알고리즘의 작동 메커니즘을 '기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가 정부와 결탁해 우파 유튜버를 탄압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나 '노란 딱지 붙지 않는 법'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이들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하지만 '노란 딱지의 난'이 벌어진 건 최근 유튜버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탈 사례가 늘어난 탓이란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유튜버가 조회 수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온갖 선정적인 방법을 동원해 콘텐츠를 만들다가 문제가 되는 사례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운전 교습이나 가구를 만드는 영상이라고 제목을 달아 평범한 콘텐츠인 것처럼 위장하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노출이 심한 여성 모델이 자극적인 포즈로 운전하거나 가구를 만든다. 일부 시사·정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들도 근거가 불명확한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는 식으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조회 수를 올리는 수법으로 '추천영상'에 등극하도록 만드는 행태도 계속 문제가 됐다.

유튜브 관계자는 "지난 6월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면서 콘텐츠 정책에 어긋나는 증오성 콘텐츠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며 "최근 일부 유튜버가 교묘한 수법으로 선정적이거나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B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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