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반듯한 아버지'

임민혁 논설위원
입력 2019.08.26 03:17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재평가하자는 풍자 글이 올라왔다. '그토록 쉬운 의대 입학을 너무나도 힘겹게 이뤄내고자 했던 안타까운 서민들의 고군분투를 그려낸 휴먼드라마―.' 말을 두 번 꼬았지만, 드라마가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뜻이다. 드라마에서는 자식을 용으로 만들려는 상류층 부모의 욕망 때문에 아이가 학대와 다름없는 통제 속에서 공부만 한다. 극적 과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딸을 입학 필기시험 한 번 없이 외고·명문대·의전원까지 보낸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앞에선 족탈불급이다.

▶2030 청년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입만 열면 공정·정의를 부르짖던 '강남 좌파' '진보 꼰대'의 위선에 분노하고 있다. 여기저기 배신감과 박탈감을 호소하는 절규가 가득하다.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에 나온 한 청년도 그런 경우다. "저는 조국 같은 아버지가 없다"고 입을 뗀 뒤 '황제 장학금' '금수저 전형'을 누릴 길 없는 젊은이의 울분을 토해냈다.

▶그런데 한 뉴스 전문 TV 앵커가 이 청년을 두고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제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말이다. '수꼴'은 '수구 꼴통'을 줄인 말이다. 한국당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조 후보자를 비판했다고 TV 앵커가 청년 부친까지 조롱한 것이다. 그 청년은 아버지를 여의었다고 한다. "가재·붕어·개구리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한 청년의 분노가 이해된다.

▶어떤 교육감은 조 후보자 딸이 병리학 논문 제1 저자가 된 것에 대해 "에세이인데 뭐가 문제냐"고 했고, 한 좌파 종교인은 대학생들 촛불 집회에 "너희들이 정의·자유를 나불거릴 자격이 있을까"라고 했다. "대통령이 조국이 적임자라 하니까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는 작가도 있고 "조국 개인이 아니라 입시 제도와 교육 문제"라고 물타기한 여당 의원도 있다. 조 후보자는 과거 모 장관이 딸 문제를 사과하자 '파리가 싹싹 빌 때 사과한다고 착각 말라'고 했다. 그랬던 조 후보자가 지금 사과하는 걸 보고 이들은 뭐라고 옹호할까.

▶상대방에겐 온갖 야유와 비난을 퍼붓던 좌파 '스피커'들은 지금 두 부류로 나뉘어 있다. "뭐가 문제냐"며 조 후보자를 대놓고 감싸거나, 아니면 입을 닫고 있다. 이른바 '개념 연예인'이란 사람들도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세상 일에 통달한 듯하던 민주당 대선 후보급 재단이사장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는 대통령도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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