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원희룡 "내 정체성은 野, 보수통합 역할 할 것...황교안 리더십이 중요"

최경운 기자 김명지 기자
입력 2019.08.25 07:52 수정 2019.08.25 11:10
[원희룡 제주지사]
내년 총선 기점으로 정치권에 태풍 불 것⋯우파인사들, 난파 안 하려면 통합에 헌신해야
안철수·유승민 모두 한 그릇에서 함께 해야....당적 선택 열려있어, 깊은 고민
황교안의 '변화와 결단'의 리더십이 중요...그에게 보수통합할 기회줘야

원희룡 제주지사가 서울 여의도 제주도 서울사무소에서 조선일보 디지털 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원희룡(57) 제주지사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시·도지사 중 유일한 무소속 지사다. 원래 바른미래당 소속이었지만 작년 6월 지방선거를 두달 앞두고 탈당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 전으로 거슬러가면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양천갑에서 국회의원을 3선(選)했고, 2014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주지사에 처음 당선됐다. 그런 그가 1년 이상 무당적 생활을 이어가면서 정치권에선 한때 "민주당행(行)을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진 보수 진영에선 서로 우리와 함께 하자며 손짓을 보내고 있다.

원 지사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에서 "현 정권은 실체가 불분명한 관념적 도덕주의로 대한민국의 성취를 의문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성취를 긍정하고, 이를 계승하면서 개혁을 해나가자는 나의 정치적 정체성은 야(野)"라고 했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야권 진영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향후 자유한국당 입당 가능성을 묻자 "정치적 선택에 대해 열려 있다"면서도 "깊은 고민과 많은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복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국당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바른미래당에선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됐다.

원 지사는 보수 통합 등 야권 재편과 관련해 "안철수·유승민은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며 "국민통합 관점에서 이들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은 다 한 진영에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권에 태풍이 불 것"이라며 "이 태풍이 지나가면 한국 정치 지형은 탄핵 직후와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고, 태풍 속에서 난파하지 않으려면 나는 물론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도 자기 헌신으로 통합 정치의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큰집, 작은집에 비유하자면 큰집 대표인 황교안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야당의 울타리가 무너져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견제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담지 못했는데 황 대표가 혁신과 통합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결국 야권 통합은 리더십의 문제"라며 "황 대표에게 일단 (보수 통합을 위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총선 때까지 정치판이 변화무쌍할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좋은 시절도 빨리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정치 상황은 야당에겐 고비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一전국 유일의 무소속 도지사로서 도정(道政)을 이끌어가는 데 힘든 점은 없나. 얼마 전 여야 각 당을 돌며 제주도 관련 사업에 대한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는데.

"어려움이 많다. 소속당이 있어서 제주도를 지원하고 대변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지사가 발로 더 뛰어야 한다. 몸도 힘들지만, 더 힘든 건 마음이다. 든든한 아군(我軍)이 없어서 마음이 힘들다."

一 제2공항이나 녹지국제병원 등 지역 현안은 어떤 상황인가.

"도정에는 중앙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추진 도중 정권이 바뀌어 엇박자를 내면서 좌절했다. 정권의 태도에 따라서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공항은 도민 사회 내의 문제다. 상하수도, 도로, 환경처리 인프라 등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 도민들 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사고가 났다. 첫 임기 4년동안 동시 다발적으로 사건·사고가 터졌는데, 지금은 해결될 것은 어느 정도 해결되고 걸러진 상태다"

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치러진 2012년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고 2014년 제주지사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작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중앙 정치 차원에선 도전을 유예한 것이기도 하다. 제주지사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도지사를 하면서 행정 경험을 얻었다. 제주지사 이전의 원희룡이 이른바 정치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면, 도지사 원희룡은 바닥부터 행정을 배우고 정치도 다시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반면 중앙 정치 차원에서 대중의 관심에선 멀어졌을 수 있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관심사와 함께 커야 하는데 그에서 비켜있던 점에서 일시적으로 손실을 봤을 수 있다."

一보수 진영에서 정치를 하면서 제주 출신으로서 지역적 지지기반에 불리함은 없었나.

"지역 기반 탓을 하는 것은 부모 탓, 조상 탓하는 것과 같다. 지역을 중심으로 손쉽게 뭉칠 수 있는 기반이 작다면, 다른 능력으로 정치적인 자원을 만들어야 한다. 주어진 여건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했을 때 여의도에서는 민주당 입당설이 돌기도 했다. 정치적 정체성은 여(與)와 야(野) 중 어느 쪽인가.

"내 성향은 분명히 야(野)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성취를 긍정하고, 이를 계승하면서 개혁을 해나가자는 것이 나의 정치 노선이다. 대한민국은 비록 분단이 됐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안보,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면서 성장해왔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처한 국제적 환경, 역사적 상황 속에서 위대한 성취이자 업적이라 생각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김지호 기자
一지금의 여권은 원 지사 정치 노선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자유와 번영의 기반 위에서 통일을 하고 복지국가도 이뤄내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근대 민족국가'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관념에 기반해 대한민국의 성취를 의문시하고, 산업화의 경제적 성취를 폄훼한다. 현 정권이 관념적 도덕주의로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국가 동력을 부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역사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一 현 정부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보나.

"현 정부 정책 실책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안보관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외교를 잘 하고 안보를 최우선으로 해 생존해야 하는 나라다. 우리를 둘러싼 미·일·중·러는 모두 전쟁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다. 냉전 체제에서 중국이 잠들고 미국이 번영하는 사이 기술과 산업을 이전받고 그를 바탕으로 부지런한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런 위대한 성취를 무시한 채 추상적인 민족국가론과 반일(反日)·반미(反美) 정서로 6·25 전쟁 때 북한과 중국이 대한민국을 점령하고 지배하려 총력을 쏟아부었던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단추 잘못 꿰어도 한참 잘못 꿴 것이다. 대한민국이 탄생하고 생존해 온 외교·안보 질서의 근거를 관념적 사고로 흐릿하게 만드는 것은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북한의 환심을 사야만 민족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친북주의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다가는 기형적인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원 지사는 현 정권의 안보관 말고도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 강화 정책 등에 대해 "물통은 채우지 않고 수도꼭지만 늘리는 꼴"이라며 "거래 질서를 공정하게 하고 기득권의 탐욕은 적절히 제어하며 분배 구조를 개선하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시장 활력 제고란 우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현 정권이 국민통합에 반대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一 현 정권이 국민통합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 정권은 노무현 정권 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고 그로 인해 지지층 안에서 정치적 분열이 일어나 권력 기반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지층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 한다. 민노총 반대가 무서워 노동개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일 관계도 지지층 저항을 겁내 국민을 설득하며 대안을 찾는 게 아니라 손쉽게 반일 캠페인으로 간다. 조국 민정수석(현 법무장관 후보자)을 비롯해 운동권 출신들이 국정 핵심에 포진하면서 운동권 공동체의 코드와 이익을 챙기는 게 우선되고 있다."

一 원래 정치란 게 지지층의 가치와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 정권의 문제는 자기 사람, 지지층을 챙기는 데서 더 나아가 자기들의 코드에서 벗어난 사람과 세력을 철저히 배제하고 징벌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 세력을 적폐(積弊)로 공격하고 있다. 국민통합을 포기하고 운동권에서 유행한 파벌 패권주의를 국정 운영, 정치 영역에 전면 적용하고 있다. 이들의 아집, 오기, 집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국가가 국민을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원 지사는 대학입학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학교 수석 입학, 사법시험 수석 합격 등을 차지한 '수석(首席) 인생'이다. 하지만 서울대 법대 시절 극좌 노선에 가까운 노동운동을 하다 28세 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 생활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그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一조 후보자가 대학 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하부 연구단체에 몸을 담은 게 법무장관에 지명되면서 논란이 됐는데.

"대학 시절 어떻게 보면 내가 더 철저하게 운동을 했다. 하지만 나는 1988년 민주화 이후 나의 이념적 준거집단을 정리했다. 급진 이념과도 결별했다. 내가 아스팔트에서 군사정권에 맞서 돌을 던진 게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면, 그 시절 모래사막에서 달러를 벌어온 국민들도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기반이 돼줬다. 우리는 4·19 혁명의 피도 먹고 자랐지만, 5·16 군사정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부모·동료 세대가 벌어놓은 대한민국의 부도 먹고 자랐다. 운동권의 피만 우리의 보람이냐, 아니다.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통한 부의 축적 없이는 국가는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나는 인정하고 진로를 바꿨다."

一최근 조 후보자 신상과 관련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의를 외치며 자신들의 뜻과 반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적대세력이라고 비판하다가 스스로 편법과 합법을 동원한 특혜를 누려왔다. 이상과 삶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이미 권위를 잃었다고 본다."

원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를 두달 앞둔 작년 4월 도지사 재선을 위한 출마를 선언하면서 "큰 정치에 도전하는 것이 제 평생 목표로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이후 야권 재편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을 조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을 때가 됐다.

一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17대 총선에서 존폐의 기로에 섰었다. 그래도 그 때 한나라당은 기사회생했고 17대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란 대안 리더를 만들어내며 다시 일어섰다. 한나라당 부활의 한 축은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으로 불린 소장 개혁파의 혁신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남·원·정'이 보수 혁신에서 일정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남·원·정의 개혁 노력은 절반의 실패였다. 나를 포함한 한나라당 진영의 혁신 동력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소모됐다. 새로운 혁신 동력이 보수정당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국민은 계속 변화를 원한다. 세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혁신이란 반대 진영의 노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개량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파의 혁신이 필요하다."

一지금 한국당에선 소장파, 혁신파가 부재(不在)하다는 평을 듣는데.

"나를 포함해 원조 소장파들이 제대로 못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세력 안에서 혁신을 이어가려면 당내 토론이 살아있어야 한다. 세(勢)가 약하다고, 대안이 없다고 '입 다물라'고 하면 토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는 토론에 훼방을 놓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발언을 보장해야 한다. 당내 토론을 통해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면, 국민들이 이 과정을 보면서 당과 동질감을 느끼고, 대표성을 부여하게 된다. 당에서 국민들과 연결되는 사안을 하나도 다루지 않는데, 어떻게 지지하겠나."

一 정당 내 토론이란 게 의사결정은 못한 채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2002년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놓고 '원조보수' 김용갑 전 의원은 소장파들과 끝장토론을 했다. 소장파도 안고 간다는 당시 이회창 총재의 보호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어떤 면에선 이회창이란 제왕적 리더가 혁신 인재를 인위적으로 영입하고 육성한 것일 수도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김지호 기자
一정작 이회창은 집권에 실패했는데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왜 혁신 그룹을 끌어안지 못한 건가.

"MB 정권 때는 토론은 어느 정도 살아있는데, 궁중정치로 바뀌어 버렸다. 당내 제(諸) 그룹 간의 토론이 아니라 권력 측근 간의 대결이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 때도 반대파(비박계)와 왕당파(친박계)가 대립했다. 강력한 리더가 토론을 보호하면서 대신 선도 긋고 조정도 하는 것이 바로 당내 정치다. 지금 야당을 보면 토론이 많이 죽어있다. 한국당은 무슨 말만 하면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거론된다. 당이 탄핵 문제를 두고 '배신'이라는 트라우마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一결국 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인가.

"그렇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황교안 대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황 대표도 지금 상황에서 혁신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직 정치인으로 경험이 적지 않나. 앞으로 정치판이 변화무쌍할 것이다. 현 정권은 숱한 실책을 범하고 있다. 현 정권의 좋은 시절이 빨리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견제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데 야당의 울타리가 무너져 있다. 그러니 힘을 실어주고 싶어도 제대로 못 살릴 것 같으니 마음을 쉬이 주지 않는 것이다.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작은 힘을 모아주면 귀중하게 쓰일 것이란 확신을 못 주고 있기 때문에 정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치 상황은 야당에게 고비이자 기회일 수 있다."

一 얼마전 국회에서 열린 보수 통합 관련 토론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설전을 벌였는데.

"공개토론을 할 것 같으면 미리 토론의 가이드라인 정도는 만들어놓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결혼식을 하겠다면 폐백실에서 미리 가닥을 다 잡아 놓고 식장에 나와야지, 식장에서 싸워서야 되겠나. 사전 조율 과정 없이 이벤트로 드잡이하는 토론을 벌이기에 두 진영의 상처와 골이 깊다."

一 그 정도로 탄핵 찬성·반대파의 골이 깊은데.

"보수가 통합하려면 일단 '싸우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 차이점에 집중하기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적 일정들을 합의하고 세부적인 룰을 정하는 데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떼야 한다."

一탄핵소추 정국에서 옛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했는데.

"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탈당파에게 '당신들, 당 나가면 망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탈당파들은 '우리가 오죽 답답하면 나왔겠나'라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계속 매달려 있으면 답은 없다. 지나간 부분은 당장 대화로 풀기 어렵다면 미래를 내다 보고 민심을 살펴야 한다. 정치적 판세를 생각하면 함께 하지 않으면 모두 다 죽는다는 건 자명하다. 누가 옳고 그르냐로 가서는 해결이 안 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一원 지사가 생각하는 보수 통합의 그림은.

"외연으로 보자면 유승민과 안철수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합리적인 사람은 다 모이자고 해야한다. 민주당도 과거 (보수정당 내) 개혁파는 자기들에게 오라고 늘상 말했다. 집권하면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는 남겠지만 함께 아울러 가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정치라는 것은 결국 자기 편을 늘리는 일이다."

一한국당에 입당할 수 있나.

"지금은 도정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야권 진영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겠다. 정치적인 선택에 대해 늘 열려있다."

一바른미래당으로 입당 가능성은 없나.

원 지사는 이 물음에 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았다.

一 한국당 쪽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봐도 되나.

"깊은 고민과 많은 토론이 필요한 문제다."

一보수 통합의 키는 누가 쥐고 있다고 보나.

"황교안 대표다. 더 정확히 말해 그의 리더십에 달렸다. 황 대표의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원 지사는 황 대표의 결단과 실천과 관련해 "황 대표 역시 이대로 가만 있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당내 설득은 물론 당밖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통합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一안철수 전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이 황 대표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안·유 두 사람은 (총선이란) 태풍이 지나가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실제 태풍이 지나가면 정치 지형도 탄핵 직후와는 달라져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태풍에서 난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이다. (보수 통합이란)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자신의 헌신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낼 때 국민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一보수 진영의 이름 있는 중진 정치인은 수도권 험지(險地)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의한다. 사람들은 스피커가 누구냐에 따라서 사안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야권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서 출력이 높은 스피커가 수도권에 나갈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 전략에서 수도권에서 승리하려면 낡고 약한 이미지를 벗고 새롭고 강한 이미지로 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사과하고 힘 있는 미래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一보수 진영 일부에선 '하와이는 니가 가라'는 식으로 험지 출마를 피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그 문제는 수도권에 출마해서 낙마하면 정치적 미래에 대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 '험지 출마론'이 누군가를 사지(死地)로 밀어 넣으려는 것이란 음모론까지 나오는거다. 이런 음모론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로 당내 정치이고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두터울수록 기대를 뛰어넘는 행동이 나올 것이다. 이게 안 되면 아무 것도 못 한다."

一 내년 총선에서 야권에 희망이 있나?

"지금 야권에는 큰당(한국당)과 작은당(바른미래당)이 있다. 문제는 두 당의 리더십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시대 흐름은 분명하다. 야당이 뭉쳐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견제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나 행동이 국민들의 절박감을 못 따라잡고 있다. 국민의 열망을 이끌지 못하고 뒤쳐지는 정치 세력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원 지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결국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내상(內傷)이 너무 컸고, 그래서 지금까지는 재활 치료를 하면서 보양식도 먹고 마음도 달래면서 활력을 회복해야 했다"며 "황 대표가 취임한 뒤 그런 역할을 어렵사리 해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황 대표의 (보수 통합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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