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靑이 거짓말" 황당하고 참담하다

입력 2019.08.24 03:19
청와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미국의 이해' 여부는 핵심적인 사항이었다. 그런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청와대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한 번도 우리의 이해를 얻은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본지 취재에 응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거짓말(lie)"이라고까지 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과 서울 외교부에 항의했다"고 했다. 정부가 이렇게 거짓말을 노골적으로 태연하게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대형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그 역풍을 줄여보고자 미국을 끌어들였다가 '거짓말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민으로서 너무나 황당하고 참담하다. 이 외교안보팀이 미국과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

김현종 국가안보실 차장은 22일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난 뒤 "북·미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은 인상과 그게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북 제재를 완화할 만큼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 외무상은 폼페이오를 "독초"라고 맹비난했다. 김 차장이 받았다는 '인상'과 '느낌'은 대체 뭔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북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에게 '거짓말 말라'고 한 것이다.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더니 내용 전달자가 드러나자 '기밀 유출'이라고 했다. 작년 남북 군사합의 직후 청와대 비서관은 평양에서 "서해 완충 지역은 (NLL 기준으로) 정확하게 길이가 북측 40㎞, 우리 40㎞"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측 50㎞인 반면, 우리 쪽은 85㎞로 훨씬 더 많이 양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어선이 '삼척항 인근'까지 떠내려온 것처럼 거짓 발표한 것도 청와대 개입 의혹이 있다. 안보의 기본은 믿음이다. 국민이 믿어야 하고, 동맹이 믿어야 한다. 둘 다 무너지고 있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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