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TALK] 사찰 수행 '템플스테이', 뇌 회복 탄력성 상승시킨다

장윤서 기자
입력 2019.08.25 08:00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대조군에 비해 템플스테이 수행 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이루는 쐐기앞소엽(precuneus, 점선)과 내측상전두엽(실선) 부분 강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할수록 강도 증가).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팀 제공
사찰에서 먹고 자며 수행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많다.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정신 수양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어서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과 학생에게 인기다.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한 외국인 참가자도 많다. 그런데 이같은 사찰 생활 체험 ‘템플스테이’가 스트레스를 잘 견디게 해주는 지표인 ‘회복탄력성’을 상승시킨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템플스테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연구결과를 여러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연구결과 중 회복탄력성 상승은 2017년 12월 ‘정신건강&의학(Psychology Health & Medicine)’ 학술지,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강화는 지난 7월 ‘신경과학프론티어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학술지, 뇌의 백질다발 연결성 증가 연구 결과는 ‘마음챙김(Mindfulness)’ 학술지 올해 인터넷판에 각각 게재됐다.

템플스테이는 한국 고유의 참선을 비롯해 108배, 명상일지 작성, 묵언 수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명상 프로그램 위주다.

권준수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는 2014~2015년, 2년 간 지리산 대원사의 3박 4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장인 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총 12그룹으로 나눠 33명은 사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7명은 같은 장소에서 숙식을 했지만 자유롭게 생활했다.

연구 결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대조군과 비교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해주는 지표인 회복탄력성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3박 4일 간의 템플스테이 효과가 이 기간에만 잠시 상승한 것이 아니라 3개월 후에도 높게 지속됐다. 권준수 교수는 "짧은 사찰 수행 프로그램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3개월 간 회복탄력성이 지속됐다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이같은 프로그램을 일상생활에 돌아가서 적용하고 생활습관을 변화시켰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회복탄력성 변화가 단순히 심리적 변화인지 뇌의 변화로 인한 것인지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기능성 뇌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과 확산텐서 영상(DTI, Diffusion tensor imaging) 연구를 추가로 실시했다. 여기서 fMRI는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DTI는 우리 몸의 70%를 구성하는 물 분자의 자유확산운동을 이용한 기법으로, 물 분자가 뇌 조직 신경섬유다발 등으로 특정한 확산방향을 가지게 되므로 이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뇌의 여러 영역을 관찰하는 것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대조군(템플스테이에서 자유롭게 생활한 그룹)에 비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적 연결성이 더욱 강화됐다. 휴식을 취할 때만 활성화되는 뇌 부위들의 연합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의식의 초점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향하기 때문에 가장 초기상태라는 의미에서 ‘디폴트모드’라고 부른다. 템플스테이가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것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 보다 뇌에 더욱 깊은 휴식을 선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추가 연구를 통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 그리고 뇌의 좌·우반구를 연결해주는 백질다발의 연결성이 더욱 향상됐음을 밝혀냈다.

인간의 뇌 세포가 쇠퇴와 생성을 거듭한다는 ‘뇌 가소성’을 지지해주는 연구 결과다. 신체적 활동도 적은 템플스테이가 짧은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뇌를 변화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정신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간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거리였다. 다만 기존 서양 의학에서는 ‘명상’ 프로그램 효과에만 초점이 맞춰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템플스테이’라는 통합적 프로그램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템플스테이는 좌선, 입선, 행선, 와선 같은 다양한 형태의 명상 뿐 아니라 예불, 발우공양, 운력, 차담 등 여러 명상활동, 신체활동, 지적활동으로 구성돼 서양의 그것에 비해 더욱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기존에 연구된 단순 명상 뿐 아니라 동양에서 하고 있는 108배, 자유수행, 스님과의 대화, 점심공양 등 전체 프로그램이 인간의 뇌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뇌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진다. 권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증가시켜 정신질환을 예방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새 치료법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연구 수행 후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향상된 백질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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