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반일 정서' 핑계댄 지소미아 파기, 설마 '그 분' 때문에?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8.23 11:29 수정 2019.08.23 11:38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파기했다. 연장하지 않고 종료했다. 조선일보는 ‘자해 행위’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무엇을 위한 지소미아 파기냐’고 물었다. 야당에서는 "이성을 잃었다" "국익을 외면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국(曺國)을 구하려는 무리수"라고도 했다. 일본은 "극히 유감"이라고 했고, 미국은 "매우 실망"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에게는 눈엣가시를 뽑아준 셈이다. 북한·중국·러시아에 매우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

●전날까지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청와대 안보실이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했다. 국방장관마저 헛다리짚게 만들 만큼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강경파들이 급격한 상황 변화를 주도한 셈이다. 조선일보는 "(조국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권 전환을 하려 한 것이 아닌가" 따졌고, 동아일보는 "인사 검증 정국이라는 국내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 안보실은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소미아가 2016년 체결된 이후 양국은 29건의 정보를 교환했다. 강제징용 판결로 한일 관계가 나빠진 뒤에도 7건이나 교환했다.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 이것들의 동향을 추적하고 탐지할 때 일본의 인공위성 정보와 해상 초계기 정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이스칸데르 급 탄도미사일도 우리 국방부는 400km쯤 비행했다고 한 뒤 사실은 레이더가 놓친 것으로 판명 났지만, 일본이 600km 이상 날아간 것으로 확인해주었다.

●이 국면에서 무엇이 국익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지소미아는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협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더 근접거리에서 더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보다 한국이다. 중앙일보는 "안보상 국익을 따져 볼 때 ‘큰 오판’이다"고 했고, 동아일보는 "일본이 교묘한 보복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간 두 나라가 주고받은 정보 교환의 양이나 질과는 별도로, 유사 시 안보 위기 때, 돌발 상황 때, 더 나아가 국지적·전면적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때 "긴밀한 정보 교류 채널의 존재 유무는 결정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연결 고리가 끊겼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략적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윤영관 전 외교장관은 "지소미아 파기 때는 평화가 더 멀어진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소미아 파기는) 반미보다는 사실상의 탈미(脫美)"라고 했다. 문화일보 칼럼은 "지소미아 파기는 반일을 핑계로 한 반미선언이자 친북선언이며 친중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우리 국민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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