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속 반지 사진 하나로… '백골 시신' 미스터리 풀었다

수원=권상은 기자
입력 2019.08.23 03:01

경찰, 15~17세 남학생 단서로 1만명 추적 중 가출청소년 포착… 현장서 나온 반지 낀 사진 확보
범인은 한솥밥 먹던 '가출팸'… 경찰에 범죄 진술했단 이유로 살해

우연히 발견된 '백골 시신'의 정체는 미스터리였다. 경찰은 공개 수배까지 나섰지만 신원 확인부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끈질긴 수사 끝에 약 2개월 만에 가해자를 붙잡았다. 피해자는 가출 청소년으로 약 1년 전에 살해됐으며, 범인들은 그와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의 공동체)'을 꾸렸던 또래였다.

경기 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살인과 사체 은닉 등의 혐의로 A(22)씨 등 20대 3명을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작년 9월 8일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공장에서 B(당시 16세)군을 폭행해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B군을 유인하는 데 가담한 C(18)양 등 2명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6월 6일 내삼미동의 야산에서 벌초를 나섰던 주민이 뼛조각을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백골 시신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15~17세 남성, 신장과 혈액형, 사망 추정 시기 등의 정보가 나왔으나 신원 확인은 어려웠다. 전단지 등을 활용해 공개 수배에도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높다고 판단하고 형사 44명을 투입해 전담팀을 꾸렸다. 또 인근 지역에서 접수된 비슷한 연령대의 가출인, 장기 결석자,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 15개 항목을 설정하고 대상자 3만8000여명을 촘촘하게 훑어나갔다. 1만명쯤까지 소재를 추적했을 때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B군이 포착됐다.

경찰은 7월 말 B군의 이름을 검색한 페이스북에서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시신 발견 현장에서 나온 반지<사진>, 귀걸이를 착용한 프로필 사진이 있었다. 경찰은 가족의 DNA와 대조해 마침내 신원 확인에 성공했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2017년 고교 2학년을 자퇴했으며 잦은 가출 전력이 있었다. 과거 두 번 실종 신고를 거쳐 찾아내기도 했다. B군의 마지막 행적 탐문과 추적에 나선 경찰의 수사는 가출팸까지 접근했다. A씨 등이 사용한 차량의 트렁크에서 B군의 DNA를 확보했다. 범행 당일 삽, 장갑 등의 도구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해 검거했다. A씨 등 2명은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고 나머지 한 명은 군 복무 중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 등은 작년 6월 B군이 경찰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혐의에 대해 불리하게 진술한 것을 알고 입막음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대포 통장을 수집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기는 일에 가출 청소년 등을 가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세진 광역수사대장은 "사건 발생 1년 가까이 지냈지만 범인들을 검거해 망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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