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진희 "대통령 선거 출마? 묵묵부답 그저 웃지요"

뉴시스
입력 2019.08.22 16:10
'60일, 지정생존자' 배우 지진희 인터뷰
탤런트 지진희(48)는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중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자체다. 일을 할 때마다 '어떤게 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이 섞이면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무진이 원칙주의자라면, 지진희는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드라마 안 본 분 손 들어보세요. 세 분 정도 있는 것 같은데"라며 털털한 매력을 드러냈다.

'지정생존자'는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하던 국회의사당이 폭탄테러 공격을 받아 붕괴되고,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이 승계 서열에 따라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종 16회는 6.2%(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라는 자체 최고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원작인 동명의 미국드라마의 인기에 비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호평이 쏟아졌다.

지진희는 "어쩜 이렇게 캐스팅을 잘 했느냐"면서 허준호(55)를 비롯해 배종옥(55), 이준혁(35), 김규리(40), 손석구(36) 등 함께 호흡한 연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물론 "'지정생존자'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자신한 이유도 있다. '나밖에 할수 없어'라고 최면을 걸면 "집중하게 되는 에너지가 생긴다"면서 "그 마음가짐 하나로 촬영하는 모든 순간이 달라지는데, 자신감이 없으면 고통의 연속"이라고 털어놓았다."'지정생존자'는 어떤 색을 가지고, 어떤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중심인 박무진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서 좋았다. 극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원작 미드를 봤지만 현지화시키는게 쉽지 않다. 단순히 하나만 바꾸는게 아니라 그 나라의 감성, 뉘앙스 등에 따라 다 바꿔야 한다. 극본을 받을 때마다 김태희 작가에게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지만, 내 의견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서 극의 흐름에 문제가 될까봐 연락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16회 극본을 받고 김 작가에게 '정말 고생했고, 중간에 문자 드리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원작과도 차별화했다. 키퍼 서덜랜드(53)가 바로 대통령이 돼 한 나라를 짊어지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면, 지진희는 본인 의지가 아니라 떠밀려서 된 대통령 권한대행의 고뇌를 표현했다. "초반에 박무진은 다리를 덜덜 떨고 구토까지 했다. 시청자들이 '고구마'라면서 답답해했는데, 박무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짚었다.

버락 오바마(58) 전 미국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전후 사진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오동통한 얼굴이 쭈글쭈글해지고 흰머리가 가득하더라"며 "한 나라를 책임지는데 '얼마나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더라. 밥도 안 먹히고 잠도 제대로 못 자지 않았을까. 그 고통을 표현하고 싶어서 첫 촬영 때부터 살을 빼기 시작했다. 60일 동안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바지에 주먹이 하나 들어갈만큼 살이 빠졌다"고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마지막회에서 박무진은 대통령 자리를 포기하고 환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일했다. 비서실 행정관 '차영진'(손석구)과 '정수정'(최윤영), '김남욱'(이무생), '박수교'(박근록)가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제안했지만, 박무진은 끝내 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지진희는 "엔딩은 다들 몰랐다. 후반부로 갈수록 '당선되는 건가?' 싶었는데, 이 결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시즌2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감도 생겼다"며 "박무진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지만, 대통령 의자에 한 번 앉지 않았다. 마지막에 '대체 이 자리가 뭐길래?'라면서 앉아본다. 정치에 생각이 있었으면 '오영석'(이준혁)처럼 권한대행이 되자마자 앉지 않았을까. 박무진은 정치 생각이 없어서 결말이 이렇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상상한 엔딩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나만의 엔딩이 있었다"며 웃었다. "내가 가장 멋있게 보이는 엔딩"이라며 "극 초반에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라고 하지 않았느냐. 마지막에 앞모습이 안 보여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박무진입니다'라고 인사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멋있게 보이고 싶은 내 욕심이라서 '지정생존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대입해 더욱 몰입하기도 했다. 박무진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는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우린 역사라고 부르지 않느냐'는 명대사로 꼽힌다. 지진희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드라마이고, 박무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현실을 대입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면 캐릭터가 흔들리니까 나를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평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정치인이 해야 될 일이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주의다. 박무진의 대사인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의무와 책임을 다할뿐'을 외치며 "분명히 각자 위치에서 제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폭탄테러 배후인 VIP의 정체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왔다. '김 실장'(전박찬)이 VIP라고 자백했지만, 조종한 이는 청와대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이었다. "VIP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현실에서도 많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면서 "VIP가 한주승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 다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 생각하는 VIP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진희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4년부터 사진작가로 활동하다가 1997년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1999년 가수 조성빈(43)의 뮤직비디오 '3류 영화처럼' 출연을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러브레터'(2003) '대장금'(2003~2004) '봄날'(2005) '스포트라이트'(2008) '동이'(2010)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따뜻한 말 한마디'(2013~2014)를 포함해 '애인있어요'(2015~2016) '미스티'(2018) 등 멜로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이에 따라 사랑이 다르고, 또 다른 감정이 생긴다면서 "내 나이에 맞는 멜로를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기할 때 애드리브를 자제하는 이유도 있다. 작가가 고심해서 극본을 썼는데, 마음대로 바꾸면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게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해서 PD에게 계속 물어보며 연기한다"고 한다.

"내 말 한 마디에 현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위치가 됐다. 마음대로 하는 순간 수많은 스태프와 동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선후배들이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꼰대라는 말 자체가 나쁜 말인지 좋은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뉘앙스가 좋지 않으니까. 후배들에게 '떴을 때 조심하라'고 조언을 많이 한다. 뜬 만큼 떨어지면 즉사다. 떨어져도 찰과상 입을 정도만큼은 돼야 하니까. 나는 계속 누르면서 내 위치가 어디인지, 과장된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쉽지 않은데 그렇게 안 하면 수도 없이 지는 별들을 많이 봤다. 단순히 연기자만 그런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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