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장차관·靑수석 3분의2 장악한 '386 정부'… 미래세대 등치는 정책 쏟아낸다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19.08.22 03:00

386세대가 만든 불평등

김홍수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청와대 참모들에게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했다. 밀레니얼 세대라는 90년대생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문 대통령은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20대 청년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보자는 취지 아닐까. 밀레니얼 세대는 문재인 정부를 장악한 386세대의 자녀 세대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딸도 바로 386세대 부모에 90년대생 자녀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386세대를 비판하는 책이 잇따라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 '88만원 세대' 출신들의 공저인 '386세대 유감'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386세대는 운 좋게 권력과 이익을 독점하게 된 기득권 세력이며,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꼰대 세대라고 비판하고 있다.

◇386세대의 권력·이익 독점

386세대는 우리나라 정치, 경제 상층부를 완전 장악했다. 문재인 정부 장·차관 중 63%, 청와대 수석의 70%가 386세대이다. 산업화 세대(1930~1940년대생)가 50대였던 1996년 총선에서 50~60대 당선자 비율은 73%였는데, 386세대가 50대 후보자로 출마한 2016년 총선에선 50~60대 비율이 83%로 올라갔다.

386세대는 1990년대 말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경제 분야도 장악했다. 5대 재벌, 은행, 공기업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 직종에서 15만명이 쫓겨날 때, 386세대는 젊은 축에 속해 구조조정 칼날을 피했고, 이후 고속 승진 기회를 잡았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50대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수십 년간 평균 60% 선이었는데, 386세대가 50대가 된 이후 기업의 50대 임원 비율이 72%까지 올라갔다. 서강대 이철승 교수는 "386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에 대거 진출하면서, 기업들이 386세대의 네트워크를 주목해 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임원 비율과 임금 상승률을 비교하면 청년 세대의 박탈감도 이해된다. 1960~1964년생은 40대 시절, 기업 임원 자리 중 25%를 차지했지만, 1970~1974년생은 40대 임원 비율이 9.4%로 떨어졌다. 1963년생 직장인은 입사 후 15년간 임금 상승률이 72%에 달한 반면 1972년생 직장인의 15년간 임금 상승률은 21%에 그친다. 자산 증식 면에서도 386세대는 행운을 누렸다.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 덕에 4년제 대학을 나온 386세대 187만명은 손쉽게 주택 소유자가 됐다.

◇미래 세대 등치는 386정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청년 세대의 이해와 충돌하는 측면이 많다. 청년수당 같은 사탕발림 정책도 있지만, 문재인 케어, 기초연금, 공무원 증원 같은 굵직굵직한 복지·일자리 정책들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진경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중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쓰인 돈이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계속 넓혀 5년간 41조원을 더 쓰겠다고 한다. 이 계획대로 간다면 청년 세대는 월급의 3분의 1을 건강보험료로 내야 할지 모른다. 노인에게 제공하는 기초연금을 문 정부 계획대로 월 40만원까지 올리면 매년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불과 5년 뒤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공무원을 17만명 늘리려면 월급에 연금 부담까지 감안할 때 총 420조원이 필요하다. 이 모든 뒷감당은 청년 세대 몫이다.

반면 문 정부는 청년 세대 착취 구조를 가진 국민연금 개혁은 외면하고 있다. 지금 이 구조로 가면 국민연금은 386세대가 거의 다 털어먹는다. 지금 청년 세대가 2056년쯤 연금을 받아야 할 땐 곳간이 비어 있고, 그 시점의 청년들이 이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월급의 27%를 국민연금으로 내야 할지 모른다.

문 정부는 청년 세대에게 불리한 임금 구조인 연공급 대신 직무급을 도입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노동계가 반발하자 접어버렸다. 이념 과잉의 386정부는 인권, 노동, 환경 등의 가치를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공유 차량, 원격의료, 핀테크 산업 같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 청년 세대의 창업 활동을 억누르고 있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로또 청약' 부작용을 무릅쓰고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인다. '로또 청약'은 현금 부자 먹잇감일 뿐, 청년 세대에겐 그림의 떡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세대론을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승화시킨 독일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은 "세대 현상은 역사 발전의 역동성 창출에 기여하는 기본 요인의 하나"라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세대 전쟁 변수는 국가·사회의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철승 교수 등 386세대 비판자들은 386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큰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미필적 고의의 가해성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의 혁신을 위해 기득권을 양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 실행 방안 중 하나로 386세대가 임금 피크제 등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 임금의 일정 부분을 양보할 것을 요구한다. 몽상에 가까운 얘기일 수도 있으나, 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세대 간 착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386세대의 소득 대체율을 동결하고, 보험료를 올려 청년 세대의 연금 수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386세대의 자산 관련 세금을 청년 주택 문제 해결 재원으로 쓰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해법은 정치권에서 세대 간 대타협을 이뤄야 가능한 것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려대 교수 시절, 청년들에게 재벌의 이익 독점에 저항해 투표로 분노를 표출하라고 선동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386정부의 세대 착취에 대해 청년들이 선거로 응징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권력 독점한 386 핵심세력, 프랑스 68세대보다 더 위험"
'88만원 세대' 우석훈 박사의 일침

10여 년 전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고달픈 삶을 세대론 측면에서 조명한 경제학자 우석훈(51·사진) 박사는 작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인싸(인사이더를 줄인 말)'라는 말이 왜 유행하겠어요? 자기네(386세대)끼리 다 해먹는다,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우 박사는 프랑스 유학파답게 우리나라 386세대와 유럽의 68세대(1960년대 말~70년대 초 기성세대의 권위와 가치관을 거부한 청년운동 세대)를 비교했다. 그는 "프랑스 68세대는 1981~1995년 미테랑 대통령 집권 기간 최고 전성기를 누렸지만, 내부 부패와 파벌 싸움 탓에 세력 재생산에 성공하지 못하고 완전 몰락했다"면서 "386세대도 유럽 68세대처럼 자기들끼리 싸우다 사멸하지, 스스로 길을 비켜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 박사는 "386세대 핵심 세력은 유럽 68세대보다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군부 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조직을 상명하복 체제로 운영했고, 군대식 위계가 내면화돼 생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요. 직장 간부로 올라선 386세대가 직원들에게 '갑질'의 대명사로 비치는 건 이런 성장 배경 때문입니다." 한때 어느 세대보다 진보적이었던 세대가 이제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 박사가 꼽는 해법은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제도적으로 청년의 과소 대표성을 개선해 세대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자연 생태계에선 유전자를 섞어 다양성을 높여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국가, 사회도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세대 측면에서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들에게 꼰대로 비치는 보수 정당은 이런 방향으로 더 노력해야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 박사는 조언했다. "일본에선 청년들의 탈(脫)정치 현상이 심각한데, 한국에선 청년층이 여전히 정치권을 긴장시키는 요소로 남아 있는 게 우리의 희망입니다. 20대의 표심은 유동적입니다. 영국의 캐머런 전 총리,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같은 젊고 매력적인 인물이 나타나면 보수 정당 후보라도 지지할 겁니다."


조선일보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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