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고생이 병리학 논문 제1저자라니, 수사해야 한다

입력 2019.08.21 03:2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교 재학 중 단 2주간 인턴을 하면서 의학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됐고, 이 논문 실적을 대입 자기소개서에도 밝혔다고 한다. 조 후보자 딸 조모씨는 외고 유학반에 재학 중이던 2008년 단국대 의대 A 교수가 진행하는 실험에 2주가량 인턴으로 참여했다. A 교수는 조씨 동급생의 학부모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출산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명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논문에 외고생 조씨가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1 저자가 되려면 연구 주제를 정하고 실험 대부분에 참여하는 등 논문 작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외국어고 학생이 인턴 2주 만에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릴 의학 논문 작성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다른 교수·연구원보다 기여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A 교수는 "(조씨가) 해외 대학을 간다고 해 선의로 도왔다"고 했다. 조씨는 해외 대학 아닌 국내 명문대에 진학했다. 조 후보자 딸의 대입 '가짜 스펙 쌓기'에 전문 의학 논문이 이용된 것이다.

교수들이 본인이나 지인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 저자로 끼워 넣는 것은 대입 수시전형을 노린 입학 비리 수법이다. 교육부가 지난달부터 대학들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조 후보자 딸도 이 같은 경우라면 이는 도덕성 문제를 넘어 비리 수사 대상이다. 대학 측이 "논문 확인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사과한다"며 자체 조사를 벌인다고 하지만 그보다 검찰이 나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포괄적 뇌물과 업무 방해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조 후보자는 과거 "모두가 용(龍)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용이 아니더라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속속 드러나는 의혹들은 조 후보자가 자기 자식은 '용'을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반칙까지 일삼았다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은 꿈꾸지 못할 방법들이다. 조 후보자는 특목고가 '입시 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놓고 제 딸은 외고에 보냈다. "외고는 외국어 특성화학교라는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해놓고 딸을 외국어와 상관없는 이과대에 보냈다.

조 후보자 딸은 대부분 학생들이 치르는 필기시험을 제대로 치지 않고 고교, 명문대, 의전원까지 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의전원 때는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시험을 봤지만 이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조 후보 측은 "정규 전형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고교 때 제1 저자로 병리학 관련 논문을 쓴 학생이 어떻게 의전원 병리학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나.

의전원에서 두 차례 낙제를 한 조 후보자 딸에게 6학기에 걸쳐 장학금을 준 교수는 "격려·독려 차원"이라고 하고, 논문 제1 저자에 올려준 교수는 "선의로 도와줬다"고 한다. 조 후보자의 배경이 없었더라면 이런 특혜가 가능했겠나. 그러면서 남의 자식들은 붕어·개구리·가재로 살라고 한다. 제 자식은 외고 보내고 남의 자식들은 자사고도 못 가게 한다. 입만 열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 정권 사람들의 민낯이다.


조선일보 A31면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