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우린 '아점'으로 만두를 먹습니다

송혜진 기자
입력 2019.08.20 03:00

만두 브런치

"솔직히 한국 사람들에겐 '만두 브런치'라고 설명하는 게 더 쉽긴 해요. 서양식 브런치가 한동안 유행하다가 졌고, 시대 흐름이 바뀌어서 이젠 아시안 스타일이 더 인기잖아요. 브런치나 애프터눈 티의 대용으로 중국의 딤섬이 그래서 떴죠. 그렇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딤섬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려운 것 같아요. '딤섬'하면 다들 만두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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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이젠 만두로 브런치를 즐긴다. 서울 후암동 '산동만두'는 주문을 받고 나서 손으로 만두를 빚어 찌거나 굽는다. 아래는 새우찐만두, 위는 팬에 녹말물을 부어 한꺼번에 구워낸 부추고기군만두. (가운데 사진)익선동 딤섬 전문점 '홍롱롱'에서 만드는 매콤한 맛의 '마라찜교자'(앞)와 달콤한 디저트 만두 '왕눈이 포자'(뒤). 이 식당은 정오에 문을 연다. (오른쪽 사진)가리봉동 월래순교자관의 대표 메뉴인 군만두. /영상미디어 김종연 기자
서울 익선동에서 딤섬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지선(36) 셰프 얘기다. 본래 딤섬(點心)은 중국 남부의 광둥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음식 문화.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차를 마시며 곁들이는 가벼운 음식을 일컫는 말로 만두부터 찜·볶음·튀김·죽·후식까지 포함된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에겐 그러나 여전히 '딤섬'하면 곧 만두로 통한다. 아시안 스타일의 딤섬 브런치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에선 만두 위주로 팔린다. 일부에선 그래서 아예 '만두 브런치'라 부른다. 한남동 '쥬에', 회현동 '팔레드 신' 같은 고급 중식당에서 딤섬 브런치가 인기를 끌자 최근엔 서울 강북 곳곳에 들어선 값싼 만두 전문점을 돌며 만두 브런치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졌다. '딤섬'이 서울로 건너와 '만두 브런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차와 함께 즐기는 '만두 브런치'

지난 16일 서울 가리봉동의 한 만두 전문점엔 11시부터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만두로 아침 겸 점심을 즐기는 이들이었다. 신림동에 산다는 대학생 김주혜(23)씨는 "찐만두와 볶음밥에 차를 곁들여 브런치로 먹는 걸 좋아해서 아침 일찍 종종 온다"고 했다. 소룡포가 9개에 7000원, 찐만두 9개 7000원 등 가격도 싼 편. 7000원에 25개씩 구워주는 군만두도 인기다. 중국 동북 지역에서 왔다는 주인 김씨(62)는 "오후가 되면 만두가 다 떨어져 못 파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대현동 이화여대 근처에 있는 '화상손만두' 역시 아침 11시부터 만두 브런치를 즐기는 이들이 몰리는 곳. 튀김만두〈작은 사진〉(5000원)가 특히 잘 팔린다. 식당 한구석에선 직원들이 서빙을 하는 틈틈이 직접 만두를 빚고 있었다. 이들은 "매일 수백개씩 만드는 데도 늘 모자란다"고 했다. 후암동 '산동만두' 역시 한국 온 지 12년이 됐다는 중국 산둥성 지역 출신의 주인 조모(61)씨가 손으로 만두를 빚는 곳. 찐만두와 군만두가 8~10개에 6000~7000원 정도 한다. 군만두는 밑바닥만 팬에 지져내고 마지막엔 교자물을 둘러 바삭바삭한 테두리를 만든다. 주인 조씨는 "손으로 매번 빚다 보니 만드는 데 10분씩은 걸린다"고 했다.

◇딤섬 먹는 방식에 왕도는 없다

정지선 셰프가 운영하는 '홍롱롱' 역시 메뉴의 80%가량이 만두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교자(餃子·얇은 만두피에 소를 넣은 만두)와 포자(包子·찐빵처럼 피가 도톰한 만두) 중심으로 메뉴를 짰다. 마라를 넣고 만든 '마라찜교자', 송로버섯을 얹은 '트러플쇼마이', 개구리처럼 생긴 '왕눈이 포자'도 있다. 정 셰프는 "다양하고 새로운 만두를 통해 딤섬의 기본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콘래드호텔을 찾은 중국 마카오의 딤섬 전문 요리사 용윙밍씨는 "중국 광둥 지방에서 시작된 게 딤섬이지만, 지역별로 맛도 모양도 많이 다르다"면서 "딤섬 먹는 스타일엔 답이 없다. 서울만의 스타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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