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與, '조국 카드' 집착하는 이유

최재혁 정치부 차장
입력 2019.08.20 03:15

PK에 '운동권' 출신 조국… 與 대선 전략 차원의 선택
'僞善의 종합판'인데 靑 강행 시 정국 예측불허

최재혁 정치부 차장
2017년 5월 조국 서울대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한 지인(知人)이 뜬금없이 '조국 대망론'을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대권 후보로 키울 것이란 얘기였다. 여권 핵심부 사정에 밝다는 그는 "문 대통령은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영남권, 특히 PK(부산·경남) 출신 주자가 아니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낙연 총리나 임종석 비서실장은 힘들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또 더 이상 친노(親盧)에서 대선 후보가 나와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김경수(경남지사)도 아니다"라고 했다.

흘려들었지만 이후 진행되는 과정은 그렇지가 않았다. '무능하다' 외에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인사(人事) 실패, 드러나지 않았던 각종 현안 처리에 있어서의 미숙함이 반복됐지만 문 대통령은 조 전 수석을 그냥 내버려뒀다. 청와대가 조 전 수석의 대단한 성과로 포장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사실 따지고 보면 국회에 법안이 올라가 있다 뿐이지 갈 길이 멀다.

한·일 갈등이 본격화되자 조 전 수석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느닷없이 '죽창가'를 소환하고 '우리 정부 편이 아니면 친일(親日)'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을 주도했다. 업무 특성상 마지막까지 장막 뒤에 있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런 식으로 무대 위에 오른 것은 전례가 없을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권 핵심부의 배려와 조국 본인의 노력이 어우러져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이런 조 전 수석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직행한 것도 현 여권의 대선 전략 중 하나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내년 총선 전략을 짜면서 조 전 수석을 서울 강남 지역에 꽂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 접은 이유는 지금 터져 나오는 '가족 관련 각종 의혹'이 걸렸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역시 이를 알고 있었을 텐데도 그를 법무장관에 낙점한 것은 최근 여론 지형상 한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런데 반응이 싸늘하다. 의혹도 의혹이지만 많은 이가 조 후보자의 과거 언행을 '위선(僞善)'이라고 느끼고 있다. "개천에서 꼭 용(龍)이 날 필요가 없다"면서 자기 딸은 외고에 진학시켜 의학전문대학원에 보냈고, "IMF 외환 위기 때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고 하더니 그 시기 자신은 경매로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싸게 샀다. 자기도 위장 전입을 해놓고 과거 정권 장관 후보자들을 향해선 "서민 마음을 후벼 판다"고 비난했다. "자본주의를 불살라 버리자"던 사노맹에서 활동했던 사람의 부부 합산 재산이 52억원이었고, 아내·자녀 명의로 사모펀드에 10억원 넘게 납입했다는 사실을 접한 혹자는 "부부 교수라 은퇴 후 연금도 많을 텐데 있는 사람이 더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조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 와서 청와대가 '조국 카드'를 접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잠잠하던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엄호에 나섰다.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예방주사'쯤으로 생각하고 조 후보자의 면역력을 키울 기회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언론도 달라붙은 데다 야당도 전의(戰意)를 보이고 있다. 장관 후보자 검증을 뛰어넘는 차원의 싸움이 시작됐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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