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자한당 해체' 동요 메들리, 초등생들에 부르게 한 親北단체

류재민 기자 김영준 기자
입력 2019.08.19 03:00

민중당 등 참여 민중공동행동, 만화영화 주제곡 개사해 공연

"우리나라에 암처럼 기어든 왜구들, 자한당! 진드기처럼 질기고 더러운 친일파, 자한당!"

회사원 박모(48)씨는 지난 주말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이 집에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거실에서 TV를 보는데 아들 방에서 동요 '솜사탕' 멜로디가 들리기에 '다 커서 웬 동요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가사가 흉악한 내용이더라"며 "당장 '무슨 그런 노래를 부르느냐'며 제지했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규탄 및 자유한국당 해체' 행사에서 어린이 10여명이 만화영화 주제곡을 개사한 '자유한국당 해체 동요'를 부르고 있다. /유튜브
노래를 퍼뜨린 것은 종북(從北) 단체로 추정된다. 이달 14일 옛 통진당 출신이 주축인 민중당 등 50여개 단체 연합체인 '민중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벌인 반일·반미 시위에서 어린이들에게 이런 노래를 가르쳐 무대에 올렸다. 어린이 10여명은 이날 행사에서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뽀로로' 주제곡과 동요 '솜사탕', '멋쟁이 토마토'를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일본 손잡고 미국 섬기는 매국노 자한당 후후 불어서 저 바다 건너서 섬나라 보내자, 후후!" "반일을 이용하지 마, 황교안! 일본에 뭐라 하지 마, 나경원! 반일은 감정팔이야, 김무성!" "친일파 자한당, 해체해" 등의 가사가 아이들 입에서 나왔다.

민중공동행동 측에 참여한 단체인 민간 방송국 '주권방송'은 이를 촬영해 '자유한국당 해체 동요-만화 주제가 메들리'라는 제목으로 16일 유튜브에도 올렸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제 초등학생까지 정치 집회에 동원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튜브 댓글 코너는 "여기가 북조선인가" "애들이 무슨 죄냐"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비난 일색이었다. 비난 댓글이 빗발치자 영상을 게시한 '주권방송'은 오후 6시쯤 동영상에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조치했다. 아이디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 영상의 '추천/비추천' 코너에는 18일 오후 6시 30분 기준, '비추천'과 비슷한 수의 '추천'(각각 1800여건)이 들어갔다.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시킨 국민주권연대는 이석기 전 통진당 국회의원 석방 운동,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환영 행사 등을 펼쳤던 친북 단체다. 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어린이·청소년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이 단체가 경북 성주군에서 벌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철회 운동과 서울 광화문에서 벌인 김정은 답방 기원 행사에도 청소년이 참가했다. 당시 한 참가 학생은 영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일부 극우 세력이 방해할까 두렵다"며 "김 위원장과 통일의 역사에 함께 설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0세 정도의 어린이들이 스스로 뚜렷한 정치관을 가지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엄격하게 보면 아동학대에 해당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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