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규제 꼬집던 한상혁 후보 '말 바꾸기'

김형원 기자
입력 2019.08.14 03:00

2010년 석사 논문선 "타율에 의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방통위원장 지명 후엔 "가짜뉴스는 표현 자유 밖에 있는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에 대해 13일 "할 말은 많지만 인사청문회 때 충분히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적선동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한 조 후보자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을 두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한 기고문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금됐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사법연수원생들도 구치소 생활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의 '사노맹 사건' 놓고 與野 공방 가열

야당은 조 후보자가 1993년 반국가단체 사노맹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문제 삼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노맹) 판결문을 보시면 여러분이 판단하고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헌법과 법을 지키겠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처신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전날도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었다. 이에 대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정상적인 검증 대신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안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13일 조국(왼쪽 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적선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오른쪽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전날 경기도 과천시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이진한·장련성 기자

조 후보자는 사노맹 활동에 동조하는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운영위원 겸 강령연구실장으로 활동한 혐의로 150일간 구속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출소 이듬해인 1994년 2월 한 월간지 기고문에서 "사법연수원생들이 판사, 검사, 변호사로 임용되기 전에 구치소 생활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고 썼다. 그는 '한 법학 교수가 체험한 한국의 감옥'이라는 기고문에서 "과거 어떤 법무부 장관은 새로 지은 감옥의 독방 안에서 하룻밤을 자보았다고 하는데, 그들(예비 법조인)이 법을 집행당하는 상황도 경험해보도록 하는 게 우리 형사사법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이 기고문에서 재소자에게 담배를 허용하고, 감옥의 난방을 제대로 해야 하며 감방에는 현행 행형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이 비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논문에서 검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과 다른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2005년은 제가 개인적으로 쓴 논문이고, 수사권 조정안은 2018년 두 장관(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문"이라면서 "(2005년과 지금의) 시대적 상황이 바뀌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한상혁 "타율 규제 표현 자유 침해"라더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한 후보자는 2010년 중앙대 석사 시절 제출한 논문에서 "타율에 의한 규제는 자칫 규제 권한을 지닌 자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이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선 "가짜 뉴스나 허위 조작 정보는 표현의 자유 밖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위원장은 "한 후보자는 정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명된 사람"이라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칼잡이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가짜뉴스 규제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상혁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면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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