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여성들 30년간 성추행 의혹

김경은 기자
입력 2019.08.14 03:00

성악가 등 9명의 여성 피해 주장 "거역하면 배역 빼앗기도 해"
도밍고, 성명 통해 "아니다" 반박

"그는 허락도 없이 여성의 몸을 만졌다. 억지로 입을 맞췄다."

'오페라의 제왕' 플라시도 도밍고(78·사진)가 성(性) 추문에 휩싸였다. AP통신은 13일 미국 LA오페라의 스타 지휘자이자 총감독이고, '20세기 최고의 테너'로 군림한 도밍고가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게 여성들을 성추행해왔다고 보도했다.

1957년 데뷔한 도밍고는 스무 살이던 1961년 미국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 알프레도로 출연하면서 50년 가까이 '가장 멋지고 연기력 빼어난 테너'로 명성을 떨쳤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스리(3) 테너'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으나 2009년부터 바리톤으로 방향을 바꿨고, 변치 않는 기량으로 오페라계 전설이 됐다. 1993년부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페랄리아 콩쿠르'를 만들어 해마다 재능 있는 남녀 성악가를 배출해왔다.

그러나 도밍고가 이 같은 위상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성적인 요구를 해온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AP는 전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여성만 성악가 8명과 무용수 1명이다. 그들에 따르면 도밍고는 치마 밑으로 손을 넣거나 입술에 강제로 키스했고, 업무상 식사하는 자리에서조차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려 무릎을 만졌다. 워싱턴 오페라에서 도밍고와 함께 노래한 메조소프라노 퍼트리샤 울프(61)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도밍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오늘 밤 집에 가야 해?'라고 속삭였다"며 "복도에 그가 있을까 봐 탈의실에서 나갈 때마다 두려웠다"고 말했다.

피해자 9명 중 7명은 도밍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배역을 빼앗기는 등 경력에 악영향을 받았다. 1988년 LA 오페라에서 합창단 코러스로 활동했던 한 여성은 3년 뒤 어쩔 수 없이 그와 성관계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밍고는 성명을 통해 "다수의 개인이 익명에 기대어 제기하는 주장은 당혹스럽고 정확하지도 않다"고 반박했지만 음악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60년 그의 음악적 성취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A21면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