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입니다, 제 등에 적힌 '주소'로 연락주세요

김수경 기자
입력 2019.08.14 03:00

인스타그램 아이디, 전화 번호 옷에 새겨 적극 공개하는 2030
"소셜미디어와 함께 커온 세대… 개인정보 침해에 두려움 덜해"

직장인 김용우(31)씨는 지난 2일 경기도 가평에 놀러 가기 위해 친구들과 티셔츠를 맞췄다. 평범한 파란색 티셔츠가 될 뻔했지만 한 친구가 아이디어를 내 등 쪽에 각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새겨넣었다. 단체 티셔츠를 입은 박씨와 친구들은 순식간에 시선을 끌었다. 박씨는 "처음엔 연락처를 공개하기가 좀 망설여졌지만 어차피 내 개인 정보는 이미 중국에 넘어갔을 거라 생각하니 상관이 없어지더라"며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덕분에 근처 다른 펜션에 묵고 있는 여자들로부터 카톡 메시지까지 받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신혜준씨와 친구들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등에 새겨넣은 옷을 입고 음악 페스티벌을 관람했다. /신혜준씨 제공

개인 정보가 유출될까 꽁꽁 감추는 대신 자신이 누군지 드러내려는 2030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얼굴 혹은 일상생활이 공개돼 있는 인스타그램 혹은 휴대전화 번호를 숨기지 않는다. 팔로어 수 혹은 친구 수를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 홍보까지 나섰다.

대학생 신혜준(23)씨는 동아리 선후배 8명과 함께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점프 슈트를 단체로 맞췄다. 슈트엔 동아리 로고와 각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새겼다. 신씨는 "자기 홍보 시대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인스타 아이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친구 최연규(23)씨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길래 (인스타) 팔로어 수가 늘 것이라 기대했는데 실패했다"며 웃었다. 대학생 김유나(23)씨는 인스타 주소를 적은 옷을 입고 지난 7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김씨는 "요즘은 연락처 대신 인스타 주소를 주고받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소셜미디어와 함께 커 온 요즘 세대들에겐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만큼 일상적인 것이어서 기성세대에 비해 개인 정보 침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안정적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 심리로 인해 젊은 세대들의 인정 욕구가 높아졌고 이 심리가 개인 정보 침해라든지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누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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