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겁먹은 개' 참담하다

입력 2019.08.14 03:19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노골적으로 조롱한 북한 담화에 대해 "북쪽에서 내는 담화문은 통상 우리 정부가 내는 담화문과 결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다"고 했다. 국민이 모욕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의가 중요하다. 결국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간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북은 일개 국장을 내세워 문 대통령에 대해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댄다"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 등 막말을 쏟아냈다. 그래도 '언어가 다르니 문제없다'고 한다. 지금 청와대는 북한이 '개' '바보'가 아니라 더한 욕설을 퍼부어도 '쓰는 언어가 다르다'고 할 것이다.

남은 선거 카드가 김정은과 하는 남북 쇼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실제 김정은이 돌연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는 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북한 정권은 정상적인 정부가 아닌 폭력 집단에 가깝다. 스스로 빨치산을 표방한다. 이런 집단과 협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참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정부의 지금 행태는 그와 같은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정치적 도움을 바라고 김정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비굴한 모습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넘겠다"고 한 다음 날 북은 "맞을 짓 하지 말라"고 했다. 국방부마저 북이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이라며 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모욕하는데도 한마디 대응도 않고 있다. 국민으로서 참담하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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