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 밥값 하네!

송혜진 기자 황지윤 기자
입력 2019.08.13 03:00 수정 2019.08.14 11:52

[서울 '4딸라' 밥집]
서울 시내에서 오천원 한 장으로 배부르게… '헐값 밥상' 고수하는 내공 있는 골목 밥집들

살기 팍팍한데 물가마저 천정부지로 오른다. 냉면값이 1만4000원까지 올랐다. 지폐 한 장 들고 점심 한 끼 먹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여전히 헐값 밥상을 고수하는 곳이 있다. 2000원짜리 국밥과 자장면, 3000원짜리 닭개장, 5000원짜리 냉면을 팔며 버틴다. 시쳇말로 '4딸라' 맛집. 가격 대비 맛도 괜찮다는 평을 듣는 곳을 '블루리본' 김은조 편집장, 맛집 블로거 나동주(마늘), 맛집 인스타그래머 jzchelin, 푸드 스타일리스트 문인영씨 등의 추천을 받아 추려봤다.

◇요즘도 있다! '4딸라 밥집'

서울 종로는 골목마다 허름하지만 내공 있는 밥집을 만날 수 있는 곳. 가격이 저렴한 만큼 대부분이 주문 전에 선불로 돈을 받거나 현금만 받는다. 낙원상가 뒤쪽에 있는 '소문난집국밥'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방송인 송해(92)씨가 한 달에 서너 번씩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70년 됐다는 이곳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2000원짜리 우거지얼큰탕 하나뿐. 오전 4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게 앞 가마솥에서 우거지탕을 펄펄 끓인다. "하나요!"라고 외치면 시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49년째 일하고 있다는 권영희(72)씨가 그릇에 우거지탕 한 국자를 가득 뜨고 후춧가루 반 숟가락을 툭 뿌려서 내준다. 소 잡뼈를 고아 국물을 냈고 된장·다진마늘·고춧가루 등 양념을 풀어 맛을 냈다. 건더기는 우거지와 두부밖에 없지만 잡내 없이 개운하다. 3년 전 한 그릇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고, 지금까지 같은 가격이다. "많이 파는 걸로 버틴다. 하루 400~500그릇 정도 판다." 가격의 비결을 묻는 말에 권씨가 무심히 설명했다.

낙원상가 뒤 ‘소문난집국밥’의 2000원짜리 우거지얼큰탕. 주문과 동시에 가게 앞 가마솥에서 펄펄 끓이던 우거지탕을 한 그릇 떠준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종로 동묘 인근의 '남도식당'은 2000원짜리 자장면과 3000원짜리 탕수육을 파는 곳. 우동(2000원), 통닭 한 마리(4000원) 등 대부분 메뉴가 5000원 미만이다. 낙원동의 또 다른 가성비 좋은 맛집은 '초원식당'. 닭개장 한 그릇이 3000원, 닭 한 마리가 5000원이다.

①가성비 좋은 ‘남도식당’의 2000원짜리 자장면. ②우동, 오뎅백반과 더불어 단골들이 즐겨 찾는 ‘동경우동’의 가장 비싼 메뉴인 우동카레콤비(6000원). 집에서 어머니가 해준 듯한 가정식 카레라이스. 감자·당근·애호박·버섯이 들어갔다. ③담백하고 깔끔한 ‘다미옥’의 함흥식 비빔냉면.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이 쫄깃하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을지로에 있는 '동경우동'은 사장 권화선(73)씨와 그의 아들 김석주(40)씨가 운영하는 33년 된 우동집이다. 우동 4000원, 오뎅백반 5000원, 우동카레 콤비가 6000원이다. 익숙하고 정겨운 맛. 서울 마포 망원시장에서 파는 '홍두깨손칼국수'의 칼국수는 3500원이지만 양 많고 푸짐해서 소문이 났다.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골목에선 구석구석에서 5000~5500원짜리 점심 백반을 판다. '미소갈비' '장앤숯불갈비' 같은 고깃집에서 제육볶음이나 닭볶음탕 같은 고기 반찬을 포함한 각종 반찬을 매일 바꿔가며 내는 식. 문인영씨는 "복날엔 삼계탕도 나온다"고 했다.

◇싸지만 흡족하게

웬만한 냉면은 이젠 한 그릇에 1만원이 넘는다. 청량리역 인근 경동시장 '다미옥'에선 고구마 전분으로 반죽해서 면을 뽑은 함흥식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5000원에 판다. 4인 가족이 합심해 가게를 운영하며 인건비를 줄였다. 서울 종로 '유진식당'의 돼지머리국밥(5000원)과 서울 이태원 '동아냉면'의 물냉면·비빔냉면(6000원)도 있다.

술안주·간식 값도 만만치 않다. 노가리·쥐포 같은 안주를 2000원에 먹을 수 있는 서울 인사동의 '인사동 노가리', 이태원·광화문 등 서울 곳곳에 분점을 낸 수제 맥줏집 '더 부스'의 몬스터피자(큰 한 조각 4700원)가 인기인 이유. 서울 중부시장 '오장 도너츠'에선 단돈 1000원으로도 '간식 배'를 채울 수 있다. '꽈배기 달인'으로 불리는 안병원·배영애씨 부부가 32년째 찹쌀 도넛과 찹쌀 팥 도넛·꽈배기(1개 500원·700원·1000원)를 빚고 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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