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세심판 관여자 70%가 수도권… 왜 分院 생각을 안 하나

소순무 변호사·전 한국세법학회장
입력 2019.08.13 03:14
소순무 변호사·전 한국세법학회장

조세심판원이 국세심판원에서 총리실 소속으로 바뀐 지 11년째이다. 청사를 세종시로 이전한 것이 2012년이니 벌써 7년이다. 조세행정심판은 국세청과 감사원도 처리하지만 90%가 조세심판원에서 처리된다. 지난 10년간 청구 건수가 73% 늘어 2018년에 9083건이나 됐다.

최근 조세심판원의 개혁 방안이 발표되었다. 납세자의 심리 참여 확대와 모든 사건을 6개월 이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의 법제화 및 조직 확충 방안 등을 담았다. 조세심판원을 조세법원화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인 장애가 많다. 납세자가 갖는 행정심판 나름의 편의성이라는 존재 근거와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준사법기관의 하나이다. 법원의 소송 구조에 가장 가깝게 운영된다. 조사관이 내부용으로 작성하여 왔던 심리 자료를 당사자에게 사전 열람하도록 한 것은 대담한 조치였다. 이번에 납세자의 의견 진술을 보장한 것은 늘어난 부담에도 불구하고 납세자에게 절차적 만족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신속 처리를 위한 방안은 세 번의 재판을 거쳐야 하는 3년 이상의 조세 소송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혁안은 기대 못지않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도 확연히 보여줬다. 현행 심판관회의의 상임심판관과 민간 비상임심판관의 혼성 구조는 장점도 있지만 효율성과 책임성에 문제가 있다. 비상임심판관을 두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보다 불복 건수가 훨씬 적은 일본은 모두 상임인 데다가 상임심판관이 181명이고 지부도 12개에 이른다. 이번 개혁안에는 상임심판관 6인을 9인으로 늘리고 보조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연간 1인당 2500여건에 달하는 폭주 사건을 처리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미봉책에 그친 느낌이다. 비상임심판관은 조세 전문가 중에서 선정된다고는 하지만 당사자와 사적 접촉 등 공정성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납세자의 편에 선 조세심판원의 독립성 보장과 심판관의 상임화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제 실현을 위하여서는 막대한 예산이 들고 현행 구제 시스템 변경과도 맞물려 있어 단계적·장기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분원 설치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의 심판은 청사가 있는 세종시에서 이루어진다. 납세자, 세무서 담당자, 대리인, 심판관 등 관여자가 수도권인 경우가 70%에 달한다. 심판 참석을 위해 이들이 모두 세종시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조세심판제도는 행정 목적 달성이 아닌 납세자 구제에 중점이 있다. 매번 심리를 위해 먼 거리를 오가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분원 설치에 무슨 장애가 있을까? 납세자를 위한 기관이 정부 방침 등 구차한 이유로 납세자에게 더 이상 불편을 안겨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이번 개혁안에서조차 아무런 말이 없다. 수도권 분원 설치가 답보 상태인 것은 아직도 납세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징표이다. 국민 다수가 이번 조세심판원의 개혁 방안에 공감할 것이지만 수도권 분원 설치로 애로를 해결해 주면 더 반길 것이다. 예산이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총리의 결단이면 된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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