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非正常이 日常이 된 국회

황대진 정치부 차장
입력 2019.08.13 03:15

入黨도 안 한 당 脫黨, 남의 당에서 최고위원
與, "日 보복 선거에 긍정적"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여

황대진 정치부 차장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이 12일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천정배·박지원·유성엽 의원 등 이른바 '대안 정치' 모임은 정동영 대표가 '구태(舊態)'라며 제3지대 신당을 만들겠다고 떠났다. 이 중에 장정숙 의원도 포함됐다. 그런데 장 의원은 평화당에 입당한 적이 없다. 입당도 안한 당에서 탈당 회견을 한 것이다. 장 의원은 공식적으로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후 바른정당과 합당을 통해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게 됐다. 하지만 자신은 평화당에서 활동하겠다며 평화당 원내대변인까지 지냈다. 비례대표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꼼수를 쓴 것이다.

이들의 탈당에 대해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황당할 정도로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없다. 그저 총선 불안감에 떠는 정치인의 두려움과 노회한 구태 정치의 결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평화당 최고위원도 맡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 역시 평화당 소속이 아니다. 국회에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등록돼 있다. 장 의원과 똑같은 케이스다. 입당도 안 한 당에서 수석대변인,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장·박 두 의원은 같은 꼼수로 평화당에 왔지만 한 사람은 다시 나갔고, 나간 사람에게 남은 사람이 "황당하다"고 했다.

평화당 분당 사태를 요약하면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온 나라를 쥐고 흔들던 박지원, 정동영 의원이 10여 석 정당의 당권(黨權)을 놓고 다투다 갈라선 것이다. 박지원계로 꼽히는 김정현 전 평화당 대변인도 이날 탈당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오늘 내 인생 10번째 탈당"이라며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썼다. 김 전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고(故) 김홍일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동교동계가 당을 옮길 때마다 같이 움직였다. 범여권에서 김 전 대변인처럼 당적이 10회 이상 바뀐 사람이 부지기수다. '입당 안 한 당 탈당하기'도 놀랍지만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열린우리당 분당 때 지금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가 있는 이강래 전 의원이 엉뚱하게도 박상천 대표의 민주당에 탈당계를 냈다. 이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앞두고 혹시 그쪽에도 당적이 있을지 몰라 정리 차원에서 탈당계를 보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작년 말 "정치권에 비정상적인 정신 장애인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을 한 자리가 장애인 모임이어서 "이 대표가 정상이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온 나라에 난리가 나자 이 대표는 "위기일수록 민주당이 집권해야 한다"며 "앞으로 총선 승리에만 매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싱크탱크는 "이번 사태가 총선에 긍정적"이라는 보고서를 올렸다. 도쿄올림픽 보이콧 얘기도 나왔다. 이런 집권 여당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나.

자유한국당은 사상 최초로 자신들이 만든 정부를 탄핵으로 몰고, 그 때문에 당이 두 번이나 쪼개진 뒤에도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인 정당이다. 본인들 스스로도 당이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야 모두 현재 정치권이 비정상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책임은 서로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때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이 유행했다.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같은 말을 썼다. 그러나 실제론 여야 모두 비정상적인 상황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두 정권을 거치며 비정상이 정상으로 바로잡힌 것이 아니라 비정상이 오히려 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됐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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