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창업계 대부 "나도 한때 표류자"

이소영 탐험대원
입력 2019.08.11 16:27

***이 기사는 7월 19일자에 실린 유플러스 창업자 류양의 인터뷰를 다시 가공한 것입니다***

아예 모여 살면서 창업에 매진하는 ‘스타트업 아파트’가 중국엔 여럿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청년 창업 아파트 '유플러스(YOU+)' 베이징(北京)점도 그중 하나다. 2012년 사업가 류양(劉洋·45)이 만들었고 중국 전역에 9개 도시에서 비슷한 아파트 22개를 운영한다. 유플러스는 청년의 주거와 창업을 동시에 지원하는 공유 주거·창업 공간이다. 샤오미(小米) 창업자 레이쥔(雷軍)이 2014년 자신이 설립한 투자회사 순웨이(順爲)펀드를 통해 1억 위안(약 17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아파트 류양 창업자를 얼마 전 만나 중국 청년들의 스타트업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도 상피아오(上漂·상하이 부근서 직업 찾으며 방황하는 청년)였다고 들었다. 창업을 한 이유는 뭔가.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남은 생을 보내기 싫었다. 취업을 해서 고위 임원이 된다면 삶이 여유롭기야 하겠지만 남은 생(生)이 너무 뻔하지 않나. 매일 앞으로 조금밖에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나가는 게 인생의 가치 아닌가. 그래서 창업했다."


베이징 유플러스를 찾은 이소영 탐험대원(왼쪽)과 유플러스 창업자 류양. /신수지 기자
-창업을 위한 공유 주거 모델은 어떻게 구상했나.
"내 경험에서 온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중국엔 아주 많다. 2억여 명이 이른바 ‘베이상광선’(北上广深, 북경·상해·광저우·선전)에서 표류하고 있다. 나는 도시에서 표류하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따뜻한 집을 주고 싶었다. 하나의 집과 같이 가족, 그리고 친구가 함께 생활하고, 매일 나가서 일하고 동료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그 당시 중국엔 아주 결핍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2011년부터 이 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유플러스 안에서 협력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2012년에 연 광저우 지점에 쳔샤오캉이란 사람이 있다. 싱어송라이터였다. 우리는 이 사람을 ‘캉캉’이라고 불렀다. 그는 당시에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했다. 그러자 유플러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일을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캉캉’은 평소에 노래를 썼는데, 이를 발표하지도 않았고 나가서 팔지도 않았다. 그러자 다들 그의 녹음을 도와주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주었다. 단지 안에 연출을 전공한 사람도 있고, 영상을 배운 사람도 있고, 미술 설계를 하는 사람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가족, 하나의 사교권 안에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서로 도왔다. 이 사람도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 인터넷 상점에 올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계속 서로 돕다가 마침내 쳔샤오캉은 2017년에 중국 10대 신인 가수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방을 빼지 않았다. 이른바 띵즈후(钉子户-못박은 세대/눌러 앉은 세대)가 된 셈이다."



베이징 유플러스 전경 /신수지 기자
-창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난관에 부딪히면 어떻게 극복했나.
"공유 주거 모델은 유플러스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된 것이라고 자신한다. 득도다조(得道多助, 착한 일을 하면 큰 도움을 받는다). 네가 착한 일을 한다면, 네가 힘든 일과 마주칠 때 아주 많은 사람이 와서 도와준다고 나는 믿는다. 만약 당신이 하는 일이 선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진정하게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아주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유플러스가 유명해진 것은 샤오미 레이쥔 대표가 설립한 슌웨이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신이 레이쥔이라고 치면, 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레이 회장님. (대도시에서) 표류해보신 적 있나요?’라고 하자 그는 한 기업에 들어가서 고위 임원이 되고 나서야 자기의 집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전국의 표류자들에게 따뜻한 집을 주고 싶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애정 가득한 동반자가 있는 공간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 그는 3분 만에 투자하겠다고 하더라."
-유플러스가 극복해야 할 한계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을 섞어놔야 한다. 만약 모두가 창업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서로 설득을 할 수 없다. 중국에서 무엇을 하든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 팀에는 분명히 성격이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유플러스라는 ‘대가족’ 안에서 분명히 그런 성격이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절반 이상의 사람은 (창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으로 구성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 중에는 학력, 배경, 자원 등이 모두 비교적 높은 사람들이 많다. 창업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입주를 위한 진입 장벽이 있나.
"노인과 아이는 안된다. 방이 비교적 작고 생활 방식도 다르기에 빌려주지 않는다. 사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안 준다. 사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주 폐쇄적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업 희망자를 위해선 어떤 지원을 해주는지?
"매주 창업자를 위한 로드쇼가 있다. 의견을 내는 회의다. 창업자들이 아이디어에 대해 소개하면 모든 사람이 그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나의 훈련이다. 미숙한 부분에 대해선 질의를 한다. 이렇게 질의를 한 후에는 다들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혼자서 생각할 때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방안을 찾아낸다면 훨씬 낫지 않겠나."
-중국은 80년대생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창업 열풍이 높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국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처음 접한 세대이기도 하다.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그 이전 세대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세계로부터 온다. 시야도 넓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 있는 생각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이런 사람을 회사에서 일하게 한다면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매뉴얼이니, 규칙을 지키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니까. 중국의 대기업이 창업자들을 돕는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 사회와는 다르다. 대기업이 보기에 아이템이 괜찮다 싶으면 바로 한다고 들었다. 중국은 아마도 시장이 아주 커서이겠지만, 대기업은 작은 시장에 신경을 잘 쓰지 않는다. 레이쥔, 마윈, 마화텅 등의 기업가들은 새로운 작은 기업을 많이 키우고 있다."
-미국 공유사무실인 위워크 등과 차별화되는 유플러스만의 강점은.
"일만 하는 곳과 살기도 하는 곳은 다르다. 일만 하는 곳은 비즈니스 관계가 주인데, 그 관계 속에서는 깊은 우정과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사는 곳이라면 더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있다.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동반하는 것의 힘이다. 그저 협업관계라면 관계가 깊어지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상호 간에 신뢰를 쌓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더 많은 표류자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들이 도시의 표류생활 중에서 사랑이 함께하는 집을 제공하고 싶다. 모든 창업은 다 어렵다. 그래서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자신이 관심 있는 일, 말하자면 돈을 안 줘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반드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때로는 큰 칭송과 트로피를 받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무도 너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네가 살아갈 날을 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함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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