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의 질타 "외교 실종… 강경화 사퇴하라"

안준용 기자 원선우 기자
입력 2019.07.31 03:15

국회 외통위서 집중 성토 "외교부가 참사부, 사고부로 전락"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는 '청문회'를 방불케 할 만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일본의 경제 보복,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도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정작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고위 외교관들의 잇단 성(性) 비위 등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일부 의원들은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野 "존재감 없는 장관", 康 "구체적 대응책 못 밝혀"

이날 야당 의원들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를 끝내 막지 못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며 대응 방안이 있는지 집중 추궁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일 문제에서 외교장관의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일본이 보복 조치를 내리고 나서야 허둥지둥 행동을 취했는데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이정현 의원(무소속)도 "작년 10월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과 대화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했는데, 정부가 무대책으로 방치했다"면서 "우리 장관이 전략도 없이 (ARF에서)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해결점이 안 나오면 국민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에 "무대책은 맞지 않고, 정부도 많이 고심했다"며 "우리가 안(1+1 기금안)을 갖고 협의해보자 했는데, 일본이 나서지 않고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의 현안 보고 자료는 추상적이고 하나마나 한 소리밖에 없는데, 일본 경제 보복의 대응책은 무엇이냐'는 질의엔 "협상 전략상 구체적 대응책에 관해 밝히기 어렵다"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자 여권(與圈)에서도 '장관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부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청와대가 나서기보다 외교부가 여러 경로로 확고한 입장을 펴나가야 한다"고 했다.

잇단 기강 실종에 '장관 사퇴론'까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안보 현안 대응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처음인데, 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제재 대상인데 정부는 북한 행동에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은 채 비굴한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 뒤, 강 장관에게 "한국에 위협이 되는 북한 미사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도 견해를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관해 외교장관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한·미 동맹 근간에 관해선 우리 입장을 미측에 개진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냐"고 묻자, 강 장관은 "제재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고만 했다.

최근 일본 주재 총영사의 성추행 의혹 등 외교부 내 잇단 기강 해이 사태와 관련해 야당은 강 장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유기준 의원은 "강 장관이 외교부 역량 강화나 대외 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해 부처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기강 해이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외교부가 '사고부' '참사부'로 전락한 상황에서 장관이 결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 장관은 "죄송하다"면서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진정이 많아진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 앞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장관은 더는 대통령 등 뒤에 숨지 말고 외교부 수장으로서 구멍 난 리더십과 기강 실종에 책임지고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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