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7.25 18:29



북한이 오늘 새벽 또 미사일 2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430km를 날아갔다. 합동참모본부는 "미상(未詳) 발사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5월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때도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때는 우리 군이 "불상(不詳)의 발사체"라고 했다가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포털 사이트에 ‘불상’이라는 말을 검색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부처님을 쐈다는 뜻으로 오해했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5월9일에 쐈던 불상의 발사체에 대해 우리 군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이 없다. 세부 사항은 아직도 분석 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군 발표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군사전문가, 모든 국제기구, 모든 나라에서 이스칸데르 북한 버전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결론을 내고 있건만 전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 정부와 군 당국만 아직도 ‘분석 중’이라고 한다. 아마 내년 총선 때까지 분석 중일 것으로 본다. 한 가지 우리 합참에게 충고(?)한다. ‘미상 발사체’ ‘불상 발사체’, 이런 표현은 일본말이다. 미상은 ‘미쇼(未詳)’, 불상은 ‘후쇼(不詳)’, 발사체는 ‘핫샤타이(發射體)’에 해당하는 말이다.

대한민국 영토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도발, 이것은 핵 인질이 되어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당면한’ 위협이다. 이 미사일은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들이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15일 FOX 뉴스에 전화로 출연해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에브리 바디 엘스" 즉, 어느 나라나 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해상 환적 같은 UN제재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는 누구나 피하려 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핵실험,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 이 두 가지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용인할 것처럼 말했던 것이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한국 국민들의 노출돼 있는 것은 트럼프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북한은 아무 거리낌 없이 동해상으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으면 우리 군도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에겐 600kg까지 이중 목적 고폭탄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현무 미사일이 있다. 북한이 2발을 쏘면 우리는 4발, 북한이 3발을 쏘면 우리는 6발, 이렇게 대응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 국내에서 스님 행세를 하며 활동하다 검거됐다. 고정 간첩이 아닌, 북한에서 직접 남파한 이른바 ‘직파 간첩’의 활동이 국정원과 경찰청의 수사로 밝혀진 것은 9년 만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서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국적을 세탁하고 제주도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 행세를 하면서 불교계에 잠입해 활동을 하려 했던 게 아닌가 수사 중이다. ‘고정 간첩’이나 ‘포섭 간첩’이 아닌 ‘직파 간첩’은 2010년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러 남파된 동명관·김명호 둘이 있었다. 2006년엔 노동당 35호실 소속 정경학이 태국인을 가장해 들어와 국내 공군 레이더 기지 사진을 찍어 북측에 보내는 일을 하다 적발됐다. ‘남파 간첩’은 사라져 버린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도발이요 위협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북한 여권을 소지한 60대 여성이 사전 허가 없이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해 국내로 입국한 사실이 밝혀졌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 이모씨가 지난 6월30일 인천공항 입국 심사장에서 북한 여권을 제시하며 탈북자라고 주장하자 입국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이런 상황이다.

북한은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문재인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 톤을 받지 않겠다며 걷어찼다. 문재인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며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것을 걷어찬 것이다. ‘주겠다는 쪽’이 오히려 사정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받아야 하는 쪽’이 거드름을 피우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오로지 남북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희한한 광경이다. 북한 김정은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은 안중에도 없을뿐더러 최소한의 예의를 차릴 생각도 없는 게 아닌가 한다. 또한 북한이 정말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분기 식량보다 과일 담배를 더 많이 수입했다. 장마당 쌀값도 변동이 없다. 북한에 쌀 136만 톤이 부족하다는 세계식량계획 발표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최근 러시아의 골프급(3500톤급) 잠수함을 개조한 신형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공개했다. 이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잠수함의 규모로 볼 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발사대를 최대 3개까지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사태가 이토록 엄중한데 청와대는 러시아 대사관과 영공 침범에 대해 ‘사과 했다 안 했다’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오전 "러시아 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했다. 그러자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 항공우주군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기술적 실수로 발생한 23일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했다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표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자, 러시아가 말을 바꾼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 문제는 청와대 비서실장, 혹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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