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日 추월할 수 있다"… 靑, 아베 향해 "최소한 선 지켜라"

안준용 기자
입력 2019.07.23 03:00

[일본의 경제보복]
아베 "신뢰의 문제" 운운하며 한국 대법원 판결 불만 표시
文대통령 "기술 패권 위협, 신기술 혁신 창업이 해법될 것"

청와대는 2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양국 갈등과 관련,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최소한의 선을 지키라"고 맞받았다. 우리 정부가 이미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한·일 기업의 기금 조성안(案)을 외교적 해법으로 제시했는데도 아베 총리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의 한국 배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기술의 혁신 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재차 기술 개발이라는 중·장기 방안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 "日 극복, 우리는 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전날 밤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청와대는 이날 정면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한·일 양국 간 미래 협력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양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외숙 인사수석, 주영훈 경호처장,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추진 중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관한 의견서를 23일 일본 측에 보내기로 했을 뿐 산업별 단기 대응책이나 외교적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대응 방안으로 '신기술 혁신 창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전자·반도체·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기술 패권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 있어서도 신기술의 혁신 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부품·소재 분야 혁신 산업과 기존 부품·소재 기업의 과감한 혁신을 더욱 촉진하겠다"고 했다.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통해 일본에 맞서자는 기존의 대응책을 반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설득해 현재 우리 법원에 압류돼 있는 일본 기업 자산의 매각 조치부터 유보한 다음 양국 외교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동의, 국민적 수용성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 부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 현 상황에선 '한·일 기업 기금 조성안'에서 먼저 움직이진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뒤늦게 나선 총리… 與는 "수평적 대응"

8박 10일간 해외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낙연 총리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으로부터 한·일 갈등 현안에 관한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투 톱 외교'를 강조한 만큼 '지일파(知日派)'인 이 총리가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작년 10월 말 강제징용 판결 직후 설치된 총리실 주도 '정부 태스크포스(TF)'가 사실상 한·일 갈등 상황을 방치해온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선 총리의 역할에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 특별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일방적으로 아베 총리의 보복 카드에 대응만 하는 형국에서 (벗어나) 수평적 대응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관련 옵션을 정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수평적 조치'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적극적인 맞대응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당장 이달 말을 전후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 배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은 23~2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놓고 정면충돌할 전망이다.


조선일보 A3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