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新친일 심판" 野 "총선에 反日 이용"

김동하 기자
입력 2019.07.22 03:00

與원내대표 "국민이 퇴장시킬 것"
일각선 "선명성 강조하는 여당에 일본 사태는 나쁜 카드 아니야"

여권(與圈)은 21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일본 정부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언론을 겨냥해서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청와대가 내세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친일(親日) 행위"라는 논리도 그대로 이어갔다. '이적(利敵)' '신(新)친일' 등 표현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신친일 행위를 한다면 국민이 퇴장시킬 것"이라며 총선까지 연계했다. 야권에선 "경제가 바닥을 치고 안보 악재가 연일 불거지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여권이 '친일 대 반일(反日) 몰이'를 통해 총선을 치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한·일전에서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신(新)친일"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박찬대 원내대변인.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한·일전'에서 한국당이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데 대해 준엄히 경고한다"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친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追更)안 증액을 가로막는 것을 '신친일'로 규정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신친일 행위를 하면) 한국당을 국민이 퇴장시킬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일본 문제와 관련, 한국당을 '친일'로 몰아붙여 총선 심판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달 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발표 후 공개 회의에선 아베 정권을 집중 규탄했는데, 표적이 야당으로 바뀐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경제 심판론'에 대응하는 카드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강제징용과 일본 문제를 쟁점화하기로 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의 대야(對野) 공세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권 인사들은 최근 "일본 아베 정부와 한국당, 언론이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이해찬 대표는 "일본이 결국 문재인 정권을 흔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했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일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한국 정권에 대해 '바꿔보겠다, 바꿔보고 싶다'는 것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언론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하기 때문에 감정적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우회적 비판 논평을 냈다. 김민석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도 국내 일부 언론을 겨냥해 "친일 가짜 뉴스를 파는 행위는 매국"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정권 흔들기'로 몰아 '정치적 심판론'에 불을 붙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여권 일부에선 "문재인 정부를 구하고 야당을 심판하는 촛불이 다시 한 번 일어나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총선에서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가 대북 이슈지만 미·북 정상회담에서 보듯 너무 변수가 많다"며 "하지만 일본 사태는 선명성을 강조하는 여당엔 나쁜 카드가 아니다"라고 했다. 경제나 안보 문제가 여당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친일 대 반일' 구도로 가면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범여권에서도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0일 팟캐스트 방송에서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꼭 피눈물로 돌아온다'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이 담고 있는 삶의 이치를 아베 총리가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당의 (특사 파견 등 외교적 해결) 주장 등 낡은 식민사관의 잔재와 비루함, 나약함이야말로 일본의 추가 도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우리를 반대하면 친일'이라는 여권의 공세는 최근 국내 경제 위기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대일 메시지가 일본으로 향하지 않고 자꾸 내부로 향하면 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두고 경제 실정(失政)과 악재를 일본 이슈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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