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대표, 한국당 현역 지역구 '골라' 출사표

손덕호 기자
입력 2019.07.21 10:29 수정 2019.07.21 14:02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전원, 내년 총선 때 非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
이정미·김종대·추혜선 의원은 한국당 민경욱·정우택·심재철, 윤소하는 평화당 박지원 지역구로
심상정 "후보 단일화 당의 원칙 아니다"라지만 지역별·후보별 후보단일화 가능성 거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15일 전임 당대표였던 이정미 의원과 당 수석대변인인 김종대 의원의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 계획을 알리면서 이들이 출마할 지역구도 공개했다. 심 대표는 이 의원에 대해 "인천 연수구에 가서 정의당의 새로운 깃발, 승리의 깃발을 가지고 돌아오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은 외교안보에 약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분"이라며 "내년 총선 때 청주 상당에 출마를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이·김 의원이 선택한 선거구는 현역 의원이 모두 자유한국당 의원들인 지역구다. 정의당 비례대표인 추혜선 의원도 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지역구인 전남 목포 출마를 선언한 윤소하 원내대표까지 포함하면,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전원(4명)이 비(非)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심 대표는 취임 후 "내년 총선에서 비례 정당의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는 원칙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비례 대표 의원들이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 없는 곳에 출사표를 내면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이정미-심상정 대표단 이·취임식에서 심상정 신임 대표가 이정미 전임 대표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지난 2년간 당대표를 맡아 정의당을 이끈 이정미 의원은 지난 1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에서 인천 연수에 출마하겠다며 "당선 가능성은 100%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인천 연수을은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곳이다. 연수가 선거구로 독립한 15대 총선 이후 한국당 진영 후보가 계속 당선된 인천의 보수 텃밭이다. 연수을 지역에 있는 송도신도시에 젊은 유권자가 적잖아 진보 진영 후보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지난 20대 총선 때 연수 갑·을로 선거구가 나눠진 이후에도 연수을에선 민경욱 의원이 당선됐다. 이 의원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재선에 도전한다면 한국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연수을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의당 김종대·추혜선 의원은 한국당 중진(重鎭)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경우다. 심삼정 대표 체제 출범 후 수석대변인을 맡은 김 의원은 충북 청주 상당 출마를 예고했다. 한국당 4선 중진 정우택 의원의 지역구로, 지난 총선 때 청주 지역 4개 선거구 중 유일한 한국당 후보 당선 지역이다. 추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곳엔 5선의 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버티고 있다. 이곳 역시 안양 지역 3개 선거구 중 유일한 한국당 의원 지역구다.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윤소하 의원도 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있는 전남 목포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년에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천 연수을의 민경욱 의원은 "이 의원보다는 민주당 후보가 더 부담이 될 것"이라며 "(그런 만큼 이 의원이 출마해) 3자 구도가 되면 선거를 치르기가 더 낫다"고 했다. 이 지역에는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추혜선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안양동안을엔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뛰고 있다. 윤소하 의원이 도전장을 낸 전남 목포나 김종대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청주 상당에도 민주당 후보가 있다. 한국당 후보 입장에선 진보 진영 표가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분산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 연대는 없다'는 정의당 지도부 공언에도 막상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어떤 형태로건 후보 단일화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정미 의원은 과거 인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그런 그가 인천에서 공단이 밀집한 부평구와 남동구 대신 진보 진영에 험지(險地)로 꼽히는 연수을을 택한 것도 부평·남동구 4개 선거구 중 3곳에 민주당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의당 입장에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다면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보다 한국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4월 경남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의원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끝에 득표율 0.2%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대원칙은 다른 정당과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는 하는 것이지만, 지역별·후보별 단일화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 정책위의장을 맡은 박원석 전 의원은 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있는 경기 고양을에 출마할 계획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엔 고양 갑·을 선거구가 있는데, 심 대표가 고양갑 현역 의원이다. 심 대표가 지역구 재선(再選)을 하며 표밭을 다졌기 때문에, 옆 지역구도 상대적으로 정의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의원은 "고양을은 정의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곳"이라며 "심 대표 영향으로 당세(黨勢)가 상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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