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 "한국당, 살아남으려면 '친한 친구'와 결별할 수 있어야"

김명지 기자 김민우 기자
입력 2019.07.21 08:24 수정 2019.07.21 09:09
한·일월드컵 개막식, 평창올림픽 유치 '김연아 프리젠테이션' 기획
"한국당 의원들, 뭔가 위축돼 있어⋯ 여전히 탄핵 프레임에 갇힌 듯"
"정치는 편집·재촬영 안 되는 생방송 공연과 비슷⋯의원들 순발력 키워야"
"삼성 등 기업들은 매년 하위성과자 물갈이해⋯정치에선 아직 그런 모습 못 봐"
"황교안은 가족에 헌신적인 '아버지' 이미지⋯소통 가능 이미지 메이킹 준비중"

"제 명함 좀 보세요. 얼마나 촌스러워요".

김찬형(60)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은 외부 출신 인사로 바라본 한국당 이미지가 어떠냐고 묻자 자신의 명함을 꺼내보였다. 붉은색 명함 앞면에는 한글로 이름 석자가 찍혔고, 반대편에 한국당 횃불 로고와 함께 연락처, 직위 등이 인쇄돼 있었다. 황교안 대표는 한국당 이미지 변화를 주도할 인물로 지난달 홍보기획 전문가인 그를 영입했다. 황 대표가 직접 면접도 봤다. 지난달 말 부임한 김 본부장은 한달 가까이 한국당의 붉은색 이미지 뒤에 숨어있는 '바꿔야할 무엇'을 탐색 중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찬형 홍보본부장이 19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 이덕훈 기자
김 본부장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에서 내내 "당에 막 들어온 사람의 입장에서, 아직 내 시야는 본부장으로서 역할보다는 외부인적 시각이 클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당은 아직도 변화를 위한 비판적 내부 비판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다. 2016년 총선 공천 파동 이후 탄핵을 거치면서 조그만 갈등에도 언제든 바스라질 수 있을 정도로 당 체질이 약화됐다.

김 본부장은 다만 "밖에 있을 때는 한국당이 정말 엉망진창인 줄 알았는데 막상 주요 인사들을 만나보니, 그렇게 엉망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한국당 사람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라며 "잘못된 부분을 제때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 계열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 출신으로 국제 행사 기획을 전문으로 해 왔다. '다이나믹 코리아'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한·일 월드컵 개막식 연출, ‘김연아 PT’로 알려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 기획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 그는 "한국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고, 익숙한 것과 결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찬형 홍보본부장./ 이덕훈 기자
一부임한 지 한달이 돼 간다. 와보니 한국당은 어떤가.

"답답하다. 너무 답답하다."

一무엇이 그리 답답하게 느껴지나.

"당 사람들이 위축돼 있다. (탄핵 등으로 상대방이 만든 '적폐' 등) 프레임에 갇혀 극복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一무엇을 극복 못하고 있다는 건가.

"한국당은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국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 때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평생을 현장 무대에서 라이브를 한 사람이다.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 타이밍을 못 잡고 우물쭈물하다보면 그 무대는 망한다. (내가 보기에) 한국당 사람들이 (뭔가 유권자에게 진심을 말할) 마음은 있는데, 아직까지도 솔직하게 말을 못하는 것 같다. 글방도련님처럼 자라서 옷에 뭐가 묻는 걸 싫어한다고나 할까."

一 기획자 입장에서 볼 때 한국당의 현재 이미지는 어떤가.

"촌스럽다. 내 명함을 좀 봐라. 얼마나 촌스러운가. 내가 명함 만들 때 종이도 직접 골랐는데, (자유한국당 로고를 가르키며) 너무 복잡하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이 횃불만 해도, 디자이너가 제대로만 붙어서 만들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나왔을 것이다. 답답해서 당에 오자마자 당명과 로고가 나온 이유를 물어봤다. 첫째, 자유를 지키고, 둘째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당이 되자고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촛불로는 활활 타지 않으니 횃불은 넣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의미는 있는데, 일차원적인 의미 부여(meaning)에 그쳤고, 그 마저도 제대로 전달도 안 됐다."

一 당명이나 로고를 손 봐야한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촌스럽지만 (적어도) 의미가 있지 않나. 그 의미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부터 풀어나가려 한다. (알리는) 작업부터 할 생각이다. 당명이나 로고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손댈) 때가 아니다. 당명이나 로고는 당의 옷이다. 옷을 바꿔 입으려면 그 전에 몸부터 바뀌어야 한다. 바깥에서 내부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을 때,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효과가 있다."

一 홍보는 결국 보이는 것에서 판가름나지 않나.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드의 외적자아(Visual Identity), 행동자아(Behavior Identity) 마음가짐 자아(Mind Identity), 이 세가지가 결정짓는다. 마인드 자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그 뒤 외적인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특수효과를 주고 좋은 배우를 데려다 놓아도, 메시지가 진정성을 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一 그래도 신념이나 진정성 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에 부족하지 않나.

"기업이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광고를 한다. '우리가 만들어 보니 좋습니다. 많이들 사주세요'라고. 하지만 시장 수요 파악 없이 내놓은 신상품은 매출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비싼 광고를 만들어 마케팅을 해 봤자, 잠깐 눈길을 끌지 몰라도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창고에 재고로 쳐박히게 된다. 정치도 마케팅과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마케팅이든 정치든 상대방(국민)이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一한국당에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다. 정치는 생방송 공연과 비슷한 성격이 있다. 공연 현장에는 편집·재촬영이 없다. 공연 중 넘어지면 곧바로 일어나서 빠르게 임기응변을 해야 한다. 뭐가 됐든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한국당은 그런 점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초선 의원들은 보면 자신감이 없고 순발력도 떨어진다. '초선'이라서 그렇다는데, 내년이면 총선 아닌가.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자유한국당 김찬형 홍보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자유한국당 대회의실 백보드를 가르키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 백보드를 본인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 이덕훈 기자
一한국당 사람들이 그동안 몰라서 안 바꾼 건 아닐텐데.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하면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시장에서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그 기업은 퇴출당한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살아남으려면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변화해야 한다. '친한 친구' 와도 결별할 수 있다는정신 무장을 해야 한다. 내가 삼성(제일기획)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했다. 삼성은 매년 하위성과자 5%를 물갈이한다. 요즘은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그렇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그런 모습을 별로 못봤다."

一한국당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기대 반사이익만 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만나 본 지도부는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고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一젊은 사람들 중에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을 '꼰대'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황 대표는 오랜기간 공직생활을 했다. 공무원 생활이 몸에 배여서 그런지 매사를 적확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소통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 내 눈에 황 대표는 '아버지'의 이미지다. 다정다감하면서도 가족을 지키는 데 헌신적으로 매진하는 그런 사람. 그의 진심이 통하도록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출에 의해서 그려진 모습이 상당히 많다. 황 대표도 준비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

一여권 지지자들은 한국당을 겨냥해 '토착 왜구'라 부른다. 이른바 '친일 프레임'인데.


"과거로 돌아가는 사람은 과거에서만 산다.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주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쇄국 정책으로 조선은 세계화 반열에 끼지 못했고, 일본에 식민지가 됐다. 이 정부는 국민 대다수를 친일로 모는 신(新)쇄국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조상 중에서 이 정부가 내미는 친일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나. 일반인 중에서 그 당시에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었으며, 일본어를 쓰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었나. 그 당시엔 국어가 일본어였다. 그 당시에 일어를 구사한 사람을 다 매국으로 몰고갈 셈인가. 한국당은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전쟁의 시대다. 현 정부의 신 쇄국주의는 우리를 경제 식민국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과거에 매몰돼 국제 경쟁에서 뒤쳐질 것인가, 아니면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고, 초일류 기업을 육성해서 과거에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 강소국이 될 것인가. 이 지점이 한국당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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