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30] God gave burdens, also shoulders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19.07.20 03:13
"영광은 무거운 짐이다. 목숨을 앗아가는 독이다. 그 짐을 견디는 능력은 예술과 같아서 그걸 가진 사람은 드물다(Glory is a heavy burden, a murdering poison, and to bear it is an art. And to have that art is rare)." 전설적인 인터뷰 전문 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의 은유입니다.

'재키(Jackie·사진)'는 기자 출신 대통령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라이프(LIFE)'지(誌) 인터뷰 기사를 영상화한 전기영화로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날로부터 7일간의 역사를 복기합니다. 그녀가 인터뷰를 자청한 목적은 둘입니다. 직접 보고 겪은 진실과 고통을 토대로 해 암살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 재임 중 살해된 대통령일지언정 그의 업적이 쉽게 잊히진 않게 하려는 것.

똑같은 날에 운명해 토픽 뉴스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명사가 있습니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지었고 신앙심이 깊어 '작은 그리스도'라 불린 영국 학자 C S 루이스입니다. 58세에 처음 결혼해 2년 후 암으로 아내를 잃은 그는 시련과 치유에 관한 명저 '헤아려본 슬픔'을 남겼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짐을 주셨고 그걸 짊어질 어깨도 주셨다(God gave burdens, also shoulders)'는 걸 일깨우기 위해 그가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건 짐의 무게가 아니라 짐을 극복하지 못하는 태도다.'

케네디의 장례식을 앞두고 재클린이 고해성사 합니다.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편지로 남편에게 죽고 싶다고 썼어요. 신께는 저를 남편에게 보내 달라고 기도했고요.' 신부님이 이렇게 위로합니다. "어둠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테지만 늘 이 정도로 무거운 건 아닙니다(The darkness may never go away, but it won't always be this heavy)."

평정심을 되찾은 재클린은 임무에 착수합니다.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쓴 대통령의 업적과 유산(遺産), 그리고 미완성 꿈을 잘 알리려는 임무입니다. 그 시작이 인터뷰입니다.



조선일보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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