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전 세계 35억 춤추게 한 리아의 전설 "성공은 높이보다 넓이"

김지수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7.20 06:00 수정 2019.07.22 13:48
"내 인생은 쪽팔림의 연속, 그 쪽팔림이 다리가 됐다"
전교 왕따에서, 전 세계 ‘춤바람’ 일으킨 유튜브 슈퍼스타
구독자 1,600만명, 누적 조회수 35억 ‘원밀리언'의 안무가, 리아킴
"잔액이 부족합니다, 고시원 생활하던 K팝안무가의 반전"
"성공은 높이 아닌 넓이… 행복해서 춤춘다지만, 춤춰야 행복해져"

빛나는 K팝 안무의 숨은 주인공이자 세계 대회 팝핀 우승자 리아킴. 구글은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유튜브 신기술과 크리에이티브를 결합한 대표 사례로 리아킴을 소개한다./사진=박상훈 기자
리아킴(36세, 본명 김혜랑)이 ‘유튜브 시대의 슈퍼스타’라는 소식을 들은 건 발 빠른 패션계에서였다. 펜디, 버버리,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이 이미 앞다퉈 리아와 광고를 찍고 그녀를 무대에 세웠다.

구글은 중요한 국제 콘퍼런스마다 그녀를 초청해 공연을 부탁한다. 누적 조회 수 35억, 전 세계 250개국 구독자 1,600만 명의 유튜브 채널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대표 안무가. 트레이드마크인 까만 단발머리를 흔들며 팝핀, 로킹, 힙합을 오가는 리아를 보고 지금 전 세계가 ‘춤바람이 났다'.

고졸에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20대 스트리트 댄서는 어떻게 5년 만에 세계인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리아의 유튜브 동영상엔 즐거운 전염성이 있었다. 단순히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나도 저곳에서 함께 춤추고 싶다'는 원초적 충동을 불러일으킨달까. 때로 충동은 운동에너지로 변환된다.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서 클릭만 하던 손가락을 멈추고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이하 원밀리언)가 있는 논현동으로 날아왔다. 지금, 지역 일대는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댄스 관광객’으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마침 ‘나의 까만 단발머리'라는 에세이를 출간한 리아킴을 만나러 논현동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칠흑 같은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리아가 들어섰다. 청량한 기운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리아킴은 트와이스의 ‘TT 댄스', 선미의 ‘가시나' 등 히트 댄스를 만든 안무가이자, 이효리, 보아,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을 가르친 K팝 대표 춤 선생이기도 하다.

-당신과 춤추고 싶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날아온다지요?

"유튜브 구독자가 1,600만 명인데 그중에서 95%가 외국인들이에요. 미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스웨덴, 중국, 일본...아시아인부터 아프리카 흑인까지. 아르바이트해서 돈 모아 오는 학생, 아예 춤 유학을 저희 스튜디오로 오는 분들, 관광객 가족들... 다양해요.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도 식당도 많아졌대요(웃음)."

백만명을 춤추게 하고 싶다는 목표로 세운 원밀리언(1million)은 이미 그 목표를 넘어선지 오래다.

-요즘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도 리아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더군요. 스트리트, 유튜브 그리고 춤이라는 3가지 ‘힙'의 요소가 다 당신에게 있어서겠지요?

"하하. 그런가요? 지난주엔 나이키 글로벌 광고를 찍었어요. 얼마 전엔 버버리 패션쇼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재즈 가수 나윤선, 미술 작가와도 협업하고 있고요."

-구글 콘퍼런스에서 AI가 작곡한 음악으로 춤출 때는 기분이 어땠나요?

"인간과 AI의 컬래버레이션이 주제였어요. 로봇이 만든 판타지 음악에 맞춰 춤을 췄는데, 정말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어요. 전 이런 프로젝트가 정말 좋아요. 2017년 마카오 구글 콘퍼런스에 초대받았을 때는, 딸칵거리는 로봇 댄서에서 점점 인간이 되는 공연을 했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주인공 메이저(인간과 AI의 합작품)가 돼보고 싶다고(웃음)."

단발 머리가 잘 어울리는 샤프한 리아킴. 얼마전 ‘나의 까만 단발 머리'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출간했다./사진=박상훈 기자
-유튜브에서 당신과 춤추며 웃는 사람들을 보니 ‘베네통 광고'처럼 인종 간에 경계가 없고 활력이 넘치더군요. 실제 어떤가요?

"음… 마이웨이? 하하하."

-마이웨이?

"(빙그레 웃으며)네. 저는 춤을 잘 못 추는 비기너 클래스 분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요. 잘하려고 눈에 독기 품지 않고 자기 즐거움에 풍덩 빠져있거든요. 정말 ‘마이웨이’죠. ‘누가 보면 어떡하지?’ 두려움은 다 내려놓고 자기 느낌대로 흐느적거리는데, 그 에너지가 정말 사랑스러워요."

-의외군요! 당신은 K팝 가수들의 칼군무를 가르친 사람으로 유명한데요.

"하하. 그렇죠. 공연하는 댄서라면 칼군무도 멋지죠. 저도 그 매뉴얼의 수혜자로 팝핀, 롹킹을 배웠고요. 외국인들도 "리아의 춤은 군더더기 없고 샤프하다"고 감탄을 합니다. 시스템은 좋은데요, 춤을 즐기는 건 또 차원이 달라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막춤이 행복해 보여요(웃음)."

-요즘엔 조회수와 구독자가 곧 영향력인데, 자신의 위치가 어디라고 느끼나요?

"제가 2006년 스트리트댄스 롹킹 부문 세계 대회 1위를 했어요. 그런데 그 뒤에 더 큰 슬럼프를 겪었죠. 그때 위아래의 개념이 무너졌어요. 정상까지 올라가면 어느 순간 내려갈 일만 남더라고요. 그때 성공은 높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걸 넓이로 느껴요. 많은 사람과 연결되면서 제 경험도 그만큼 넓어지고 다양해졌거든요."

-성공은 높이가 아니라 넓이다?

"그렇죠. 성공의 개념이 넓이가 되면 1등 하겠다는 욕심이 없어져요. 예전엔 가장 유명한 안무가, 최고의 안무가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경험에 목이 말라요. 자꾸만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져요."

댄스 신(scene)은 물론 일반 유튜브 구독자들 사이에서도 ‘리아는 전설이다'./사진=박상훈 기자
춤에 눈을 뜬 건 16살 무렵이었다. 사교성이 없고 외골수였던 십 대 소녀는 몇 년간 ‘센 아이들'에게 찍혀서 ‘전따(전교생이 외면하는)'를 당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친구들이 무서웠고, 온 세상이 자기를 거절하는 것 같았다.

성격도 성적도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풀 죽어 보내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섬광처럼 나타난 인물은 마이클 잭슨. "TV에서 마이클 잭슨이 ‘빌리진'을 추고 있었어요. 그때 오로지 한가지 생각만 솟구쳤죠. ‘아! 나 저거 하고 싶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도깨비춤'을 췄던 어반댄스팀 ‘저스트절크’를 만났을 때도 같은 말을 들었어요. 마이클 잭슨을 보고 춤을 시작했다고. 16살 왕따 소녀는 마이클 잭슨의 어떤 면에 그토록 반한 건가요?

"(생각에 잠기며)뭐랄까… 마이클 잭슨은 군중을 많이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한번 쓱 보고는 금세 자기한테 집중을 해요.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안에 강하게 내재한 에너지를 발산했는데, 그게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그는 관객들을 자기 안에 빨아들이고 있었어요. 그게 뭔지는 나중에 알았어요.

많은 가수가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끌려다닐 때가 많아요. 그런데 테크닉이 아무리 대단해도 자기가 없으면, 보는 사람이 감동을 못 해요. 마이클 잭슨은 아니었어요. 자기를 믿고 몰입했죠."

춤을 추고 싶다는 소녀의 손을 가장 먼저 붙잡아 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춤을 배울 곳을 찾아서 데려다주셨다고요.

"네. 친구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방황하던 딸이 뭔가 열정을 보이니까 믿어주신 거죠. "한번 가보자" 앞장 서서 청소년문화센터 같은 델 데리고 가셨어요. 반면 엄마는 안 좋아하셨어요. 생각해보면 엄마와 저는 골이 깊었어요. 저에 대한 기대가 크셨는데, 제 마음엔 실망시켜드렸다는 죄책감이 컸죠.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그러세요. 너한테 부담 준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잘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존재만으로 사랑한다는 엄마의 고백은 그녀에게 큰 치유가 됐다. 그러나 마음이 튼튼해졌다고 춤 세상이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2006년, 2007년 연이어 롹킹, 팝핀 부문에서 세계대회 1등을 했지만, 정상을 제패했다는 기쁨은 3일을 못 갔다. 경제적 형편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가르치던 기획사 연습생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갔다가 ‘잔액이 부족합니다'는 말을 들을 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참 뼈 아픈 말이네요.

"네. 그런데 저는 20대 내내 잔액이 부족했어요(웃음). 한 달에 120만 원을 조금 넘게 벌었는데, 지하 스튜디오 월세 70만 원, 고시원 방값 30만 원을 내면, 휴대폰 요금도 미납될 때가 많았어요. 7~8년을 그렇게 살다가 20대 마지막에 여유가 좀 생겼어요."

-청년 빈곤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나요?

"(생각에 잠기며)아버지가 건설사 간부셔서 어린 시절은 풍족했어요. 다만 IMF 이후 실직해서 집안 형편이 좀 어려워졌죠. 저도 집도 돈 없는 나날이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 그러셨어요. "혜랑아. 돈이 진짜 많으면 뭐 할래? 세 끼 먹을 거 다섯 끼 먹고, 솜이불 대신 금이불 덮고 잘까? 밥 세 끼 먹고 덮고 잘 이불 있으면 행복한 거다." 그때 생각했어요. 힘들지만 밥 굶지 않고, 노숙하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라고(웃음)."

90년대 댄스 그룹 룰라의 채리나를 닮았다고 했더니 팬이라고 했다. 밝고 싱그러운 에너지의 리아킴./사진=박상훈 기자
-문득 의문이 들어요. 이효리, 소녀시대, 원더걸스 춤 선생으로 이미 유명했고, JYP, CJ 엔터 등에서도 트레이너와 안무가로 일했잖아요. 케이팝은 춤과 함께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정작 안무가의 지위가 그토록 불안정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작곡가는 저작권이 있는데, 안무가는 저작권 개념이 없어요(웃음). 게다가 춤은 좀 무시하는 경향도 있어서 일하는 내내 천대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작은 기획사들은 레슨 가면 "야! 왔냐." 대뜸 반말부터 해요.

"안무비? 그냥 좀 해줘." 당연히 받아야 될 돈을 요구하는 건데, 돈 밝히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거... 전 이런 식의 무례에 알레르기가 있어요. 왜 저런 표정, 저런 태도로 나를 대하지?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하는 건데, 왜 재능을 공짜로 쓰려고 하지? 원밀리언을 만든 것도 비즈니스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하고 싶어서였어요."

세계 댄스 대회 1등을 해도 유명 가수의 히트 안무를 만들어도 빛을 못 보던 ‘리아킴’ 브랜드는 새로운 곳에서 출구를 찾았다. 2011년 중국 댄스 배틀에서 프랑스에서 온 영상 전문가들이 리아킴의 프리스타일 춤을 유튜브에 찍어올린 것. 순식간에 20만 뷰가 나왔다. 리아는 동료들에게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설 무대는 바로 저기야!"

-8년 전에 이미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발견했군요.

"제가 세계, 국내 아울러서 무대에서 정말 춤을 많이 췄어요. 그런데 "오늘 몇 명 왔어?" 물어보면 "오늘 진짜 대박이야. 3백 명이나 왔잖아." 이런 식이었어요. 아무리 대회에서 1등하고 개인기를 뽐내도 한계가 보였어요. ‘우리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 그런데 눈앞에 유튜브라는 새 무대가 보인 거죠. 3백 명과 20만 명의 차이가 나는. 제가 안무를 짜고 동료 댄서(지금 원밀리언의 공동 대표 윤여욱)가 영상을 찍기 시작했어요. 마침 그 친구가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거든요(웃음)."

리아는 즉석에서 2014년 처음 찍었던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드렁크 인 러브'라는 타이틀로 나온 영상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여자 댄서가 자신만의 안무로 춤추는 동영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5년 뒤, 언급했다시피 원밀리언의 누적 조회 수는 현재 35억. 리아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유튜버가 됐다.

-경제적 보상도 충분히 받았나요?

"곰팡이 날리던 지하 스튜디오에서 나와 햇빛 드는 곳에서 살 게 됐어요. 소속 안무가도 30명, 영상팀, 스타일링 팀도 있죠. 매출이요? 강습, 공연, 광고, 해외 워크숍 등의 수익으로 35억 정도 돼요. 그런데 저는 이곳 이사진 중 한 명으로 월급 받고 살아요(웃음). 분명한 건 이제 잔액을 확인하지 않고 동생들 밥 사줄 수 있다는 거. 그게 정말 행복해요. 진짜 너무너무 행복해. 하하."

못 나거나 못생긴 춤을 추어도 상관없다고 외치는 리아킴의 솔직한 자전 에세이 ‘나의 까만 단발머리'.
조회 수 35억, 매출액 35억 같은 숫자보다, 동생들 밥 사줄 ‘잔액이 충분하다'는 게 더 감격스럽다고 했다. 리아는 그 기쁨만큼은 오래 누리고 싶어 했다.

-동영상에서 ‘리아는 전설이다'라는 댓글을 많이 봤어요. ‘나도 저기서 저들과 춤추고 싶다'는 댓글도. 전 세계에서 당신 춤을 따라 한 커버 댄스가 올라올 때, 소통의 희열이 크겠어요.

"안무가로 사는 가장 큰 보람이죠."

-내가 추면 전 세계가 춘다,라는 생각이 드나요?

"하하하. 그러길 바라요. 제가 만든 트와이스의 TT 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다 따라 할 수 있는 춤이 되면 좋겠어요. 지금은 춤이 메인이 되는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음원은 이제 저희가 살 여력이 되니까."

-당신 표현대로라면 ‘찌질이'였다가, 5년 만에 구글, 나이키가 열광하는 유튜브 세계의 유명인사가 됐어요. 살을 빼고 머리카락을 ‘칼단발'로 자르고...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모든 형태가 샤프해졌습니다.

"(미소지으며)다, 친구 덕이에요. 동업하는 친구가 뼈있는 말을 해줬어요. "네 몸은 프로페셔널 댄서답지 않아. 책임감이 없어 보이니 살을 좀 빼." 체중을 줄이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니 삶에 군더더기가 없어요(웃음). 예전엔 ‘1등하고 싶어' 본능에만 충실했는데, 이젠 절제가 뭔지도 알게 됐죠. 이걸 하고 싶으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한다는 거. 그 원리를 알고 나니 삶이 계산도 되고 계획도 좀 세워져요."

-고교 시절 연습실에서 한 번에 푸시업 1000번을 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그때는 춤이 너무 재밌어서 힘든 줄 몰랐어요. 춤을 배우는 데 시간이 늘 모자랐어요. 남들은 밥 먹는 시간 빼고 춤췄다는데, 저는 밥을 먹다가도 췄어요. 화장실에서도 거리에서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춰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했어요. 심지어 자면서도 각기춤을 췄대요(웃음). 그래서 부모님 설득해서 대학 안 가겠다는 허락도 받아낸 거고요."

‘집밥 백선생'처럼 춤을 쉽게 가르치는 ‘집춤 김선생'이 되고 싶다는 리아킴./사진=박상훈 기자
-대학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학위 욕심은 없어요. 다만 마흔이 넘으면 공연예술과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갈증은 있어요."

-매일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게 버겁진 않습니까?

"매일매일이 바로 성공 비결이에요. 꾸준히 빠지지 않고 올려야 구독자들에게 신뢰를 얻어요."

-리아가 먼저 추고 다른 사람이 이어서 추는 영상의 구성이 좋더군요. 함께 즐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기너 클래스에선 그 순서를 바꾸기도 해요. 내 안무의 주인공이 꼭 내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세계에서 온 다양한 개인이 즐겁게 추는 게 컨셉이에요. 학생들은 다들 서로 나와서 찍고 싶어 해요(웃음)."

-어쩌면 춤은 자기만의 소울, 자아 찾기와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서서히 벗어나 나만의 박자, 속도, 웨이브를 찾아간다는 느낌이에요.

"맞아요. 우리는 다 춤의 유전자를 타고났어요. 자기만의 그루브, 흥이 있죠. 최고의 자리에 있는 춤꾼들도 커리큘럼에 따라서만 추는 사람이 있어요. 안타깝죠. 댄서들도 자기 소울이 있을 때 힘이 생겨요."

-어떤 댄서를 좋아하지요?

"단연 마이클 잭슨이죠. 그리고 LA의 키오니&마리 부부. 안무 구성력이 뛰어나요. 제이 블랙은 온몸이 그루브로 꽉 차 있어요. 갓7의 뱀뱀, 트와이스의 모모, 블랙 핑크의 리사도 뛰어난 댄서예요."

-책에서 보니 출근 전에 혹은 퇴근 후에 잠깐 들러 춤추고 가는 세상을 꿈꾼다고요. 영화 ‘쉘 위 댄스'가 생각났어요.

"하하. 제가 원하는 세상이 그거예요. "춤 배우러 오세요" 그러면 다들 "제가요? 입고 갈 옷도 없어요" 막 손사래를 치세요. 스타벅스 갈 때, 편의점 갈 때 뭐 입고 갈까 걱정 안 하시잖아요. 퇴근길에 커피 한잔, 캔 맥주 한 개 주문하듯 메뉴판에서 힙합, 소울, EDM을 골라서 한 곡 추고 가는 거예요."

춤을 콘텐츠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매일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Shape of You’ 동영상에 맞춰 리아가 춤추는 동영상은 5천만 뷰를 넘어섰다./사진=박상훈 기자
-춤이 뭐라고 생각해요?

"잘해야지 하는 순간, 의미를 상실하는 무엇… 여유의 에너지 같아요."

-하지만 리아는 댄스 배틀에 능했잖아요. 이긴다는 건 뭐죠?

"경험해보니 이기고 싶은 순간, 지는 것 같아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유 있는 사람과의 대결에서, 저는 늘 마음으로 먼저 졌어요. 이긴다는 건 제겐 버리고 싶은 감정이에요."

스포츠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건 이겨야겠다는 절박감으로 승부를 내는 일. 춤은 배틀조차도 놀이의 일부였다.

"예전엔 저도 이겨야 행복했는데 그 뒤엔 바로 허무가 오고 슬럼프가 따라와요. 이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나서야 알았어요. 함께 추면서 느끼는 행복의 크기가 더 크다는 걸. 이젠 누가 저더러 "너, 이거 이상해" 지적해도 기분이 안 나빠요. 내 부족이 드러날 때 날이 서지 않고 되게 덤덤해지는 거 있죠. "아, 그거 나 잘 못 해. 하면 되지 뭐." 남들과 비교를 안 하니까 자존감이 떨어질 일도 없어요(웃음)."

-자존감이 떨어질 땐 어떻게 추스렸지요?

"하하하. 제 인생은 쪽팔림의 연속이었어요. 가수 오디션, 댄스 오디션(‘위대한 탄생2’, ‘댄싱9’)에 나가서 고배도 마셨어요. 그런데 그 쪽팔림이 다리가 돼서, 쪽팔림을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계속 춤추면서요."

‘춤으로 세계 1등 한 사람이 못하는 노래 대회는 왜 나왔느냐?’는 독설도 들었고, 제자가 심사위원석에 앉은 댄스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수치도 겪었다. 그런데 그 쪽팔린 것도 기회가 되더라고, 세상일은 한 치 앞을 모르더라고 리아가 해맑게 웃었다.

-유튜브로 인생 반전을 겪어보니 어떤가요?

"(미소지으며)저는 댄서라는 직업에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제가 하는 일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졌어요. 그런데 결핍투성이였던 제가 요즘엔 이런 말을 들어요. "리아의 춤을 보면 세상이 밝아 보인다." "용기가 생겼다." "우울증을 극복했다."

연습실에서 좋아죽겠다는 얼굴로 웃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행복하게 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쳐요. 소소하게 그런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게 나쁘지 않아요."

전교생의 외면을 받는 ‘왕따'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유튜버 춤선생이 된 리아킴. “세상에 ‘박치'는 없어요. 자기만의 리듬이 있을 뿐이죠.”/사진=박상훈 기자
-요즘엔 무슨 꿈을 꿉니까?

"음… 목표가 꿈이 될 수는 없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춤의 기쁨을 알리고 싶다는 것, 이것도 목표죠. 제게 꿈은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찾아가는 거예요. 어렴풋하게나마 쫓기지 않는 사람,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는 꿈을 꿔요."

-당신에게 꿈과 춤은 동의어군요! 마지막으로 50대 샐러리맨이 양복 입고 들어왔어요. 그에게 춤의 기쁨을 어떻게 가르쳐주겠어요? 일단 넥타이 풀고 구두를 벗어야겠죠?

"아니요. 그대로도 좋아요. 일단 음악 틀고 눈치 보지 않게 불을 꺼줄 거에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몸의 흥을 느껴보라고요. 세상에 ‘박치'는 없어요. 자기만의 리듬이 있을 뿐이죠. 여러분도 해보세요. 화장실도 좋아요. 좋아하는 음악 한두 곡 틀어놓고 마음껏 몸을 흐느적거리는 거예요. 느껴보세요! 조금씩 차오르는 행복을(웃음)!"

어깨춤이 절로 난다, 는 말이 있다. 행복해서 춤을 추지만, 춤을 춰야 행복해지기도 한다. 소울과 그루브로 가득 찬 몰아(沒我)의 마이웨이. 리아가 그걸 가르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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