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쇼크' 통영… 숨은 통영에서 길을 찾다

통영=김주영 기자
입력 2019.07.19 03:42

年 700만명이 찾던 한국의 나폴리, 작년 관광객 100만명 급감

'한국의 나폴리' 경남 통영시의 관광객이 급감했다. 1년 만에 107만명이 줄었다. 지난해 통영 관광객은 628만명, 직전 해인 2017년에는 735만명이었다. 관광버스 기사들 사이에선 "통영은 한물갔고, 목포나 여수가 볼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 명소였던 동피랑 벽화마을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17년 223만명에서 지난해 173만명으로 50만명이 빠졌다. 동피랑마을은 전국 벽화마을 열풍의 원조다. 동피랑 이후 부산 감천마을, 전주 자만 벽화마을,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제천 교동 민화마을, 청주 수암골마을, 울진 후포리 벽화마을 등이 떴다. 동피랑의 문제는 관광객 과부하(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였다. 거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관광객들은 다른 벽화마을을 찾아갔다.

경남 통영 출신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의 문화 자산을 두고 “모를 부어놓은 것처럼 많다”고 했다. 한 해 관광객이 100만명이나 줄어든 경남 통영은 통영만의 전통 자산을 발굴해 관광객을 다시 모으려 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통영시 전경. 통영시는 남망산 조각공원(사진 왼쪽) 일대에 야간 조명을 달아 밤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통영 출신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의 문화 자산을 두고 “모를 부어놓은 것처럼 많다”고 했다. 한 해 관광객이 100만명이나 줄어든 경남 통영은 통영만의 전통 자산을 발굴해 관광객을 다시 모으려 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통영시 전경. 통영시는 남망산 조각공원(사진 왼쪽) 일대에 야간 조명을 달아 밤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있다. /통영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도 2017년 141만명에서 2018년 107만명으로 34만명이 줄었다. 통영시 염은경 관광진흥팀장은 "사천 바다 케이블카, 부산 송도와 여수의 해상 케이블카 등이 잇따라 생기면서 차별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타 지역 케이블카로 관심이 쏠리는데 요금을 올린 것도 실수였다. 1만1000원이던 요금이 지난 4월 1만4000원으로 뛰었다. 이전까지 하루 평균 4000명 선이던 탑승객이 지난 4월과 5월에 3300~3600명 선으로 떨어졌다.

통영의 숙박·음식업 종사자들은 통영시의 관광 유인책이 다른 도시보다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난 15일 통영 도남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2017년에 비해 올해 투숙객은 절반 수준"이라며 "물가가 비싼 데다 관광지 간 할인 등 연계 혜택이 없다고 지적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관광객이 통영의 바가지요금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통영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관광객 정모씨는 '여름철 성수기에 해수욕장에 갔더니 물에 들어가기만 해도 1000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고 썼다. 이 외에도 '성수기도 아닌데 모텔 1박에11만원을 달라더라' '주차하니 누진세까지 붙었다'는 등 민원이 잇따랐다. 통영시는 "경기 침체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조선업 경기가 나빠 인근 경남·울산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8일 오후 10시쯤 통영시 수군삼도통제영에서 열린 ‘통영 문화재 야행’ 행사에서 관광객들이 야경을 즐기고 있다. 이틀 행사에 2만명이 찾았다. /통영시
통영시는 비상이다. 다시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난해 주요 관광지 12곳 중 박경리기념관, 벽방산, 사계절 썰매인 루지(luge) 체험장 등 3곳만 관광객이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박경리기념관의 관광객은 2016년 4만5000명에서 2018년 11만명이 돼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벽방산도 2017년 5만명에서 2018년 8만명으로 늘었다. 통영시는 박경리기념관부터 개조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념관과 묘소길 정비를 마쳤다. 통영시가 공들여 관광지로 조성 중인 서피랑마을에는 박경리길이 생긴다. 올해 1억8000만원을 투입해 강구안과 통제영 객사인 세병관(洗兵館), 박경리 생가, 하동 집, 새터시장 등을 코스로 조성한다.

20년 전 만든 도천동의 '윤이상 음악길'도 올해 3억1000만원을 들여 정비한다. 그동안 윤이상 생가, 테마 공원, 윤이상 거리가 조성돼 있었으나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올해부터는 참가자들을 위한 음악 교실 등을 준비한다.

수백 년 이어진 전통 자산도 활용한다. 동피랑과 서피랑 중심에 있는 도남면 세병관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찾은 세병관은 더운 날씨에도 단체 관람객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강구안 일대부터 세병관까지 '통제사의 길' 복원 공사도 한창이었다. 통영시는 세병관을 무대로 문화재 야행(夜行) 프로그램을 최근 시작했다. 야간 조명 아래에서 통영 너물밥을 먹으며 남해안별신굿, 승전무, 오광대 공연 등을 즐긴다.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한 통영 연극예술축제는 오는 21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과 벅수골소극장 일대에서 열린다. 전혁림미술관이 있는 봉수골 일대는 젊은 관광객을 위한 테마 지역으로 꾸민다. 이곳에는 책방, 출판사, 가죽 공방과 흑백 사진관 등이 들어서 소문을 타고 있다. 개성 있는 숙박 시설도 생기고 있다. 용남면 동달리 바닷가에는 통영 출신 심문섭 조각가가 기획한 대규모 펜션 '조각의 집'이 오는 10월 문을 연다. 심씨는 "통영 바다와 어우러져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색 있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오는 8월 개장하는 욕지도 모노레일 등 통영 섬 570곳도 활용해 통영을 여러 번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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