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김승환"

김연주 기자
입력 2019.07.18 04:04

상산고 학부모들, 직접 조사나서
"자사고 폐지 앞장서고 있으면서 '내로남불' 걱정돼 공개 못하나"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김승환〈사진〉 전북교육감이 자녀들의 출신 고교와 대학에 대한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딸은 외고를 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갔고, 아들도 영국의 고액 교육기관을 거쳐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입을 닫고 있다. 취재진의 공식 질문에도,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에도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급기야 16일엔 청와대 사이트에 "전북교육감의 자녀 유학에 대해 한 치의 의구심 없이 소명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학부모들은 "국가 기밀도 아니고, 떳떳하면 왜 밝히지 못하느냐"고 했다. 상산고 학부모 500명은 17일에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승환 교육감의 자사고 취소는 권한 남용"이라고 외쳤다.

◇'학부모 수사대'가 백방으로 수소문

김승환 교육감 자녀들에 대한 루머는 올 초부터 인터넷을 떠돌기 시작했다. 아들은 영국의 고액 사설 교육기관을 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했고, 딸은 외고를 나와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 교육감은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를 다른 시도보다 10점이나 높여 "불공정 평가"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지난달 상산고가 재지정 기준 점수에서 0.39점 모자랐다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덕훈 기자
전북교육청의 평가에 반발하던 상산고 학부모들은 교육감 자녀에 대한 루머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만약 김 교육감이 자기 자식은 영국의 고액 교육기관에서 입시 준비를 시켜 케임브리지대에 입학시켰다면, 상산고를 '귀족 학교' '입시 기관'이라고 비판하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는 것이 '내로남불'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쉬울 줄 알았던 교육감 자녀 출신 학교 확인은 쉽지 않았다. 전주에 사는 한 상산고 학부모는 "다른 부모들이 '전주 사람들은 금방 파악할 테니 한번 알아보라'고 해서 인맥을 동원해 교회부터 학교까지 수소문해봤지만, 도무지 아는 사람들이 없더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김 교육감이 9년 전 한 신문 인터뷰에서 "사실 가족 관계는 잘 안 밝히는 편인데, 교육감 선거에 나오다 보니 세상에 다 밝히게 돼 가족들에게 좀 미안하다"면서 "약사로 현재 약품 도매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아내 이○○씨와 대학생인 아들(김○○), 고등학생인 딸(김○○) 네 식구에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고 있다"고 답한 것을 찾았다.

학부모들은 이 기사에 나온 자녀들의 이름으로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검색했다. 그 결과, 아들과 이름이 같은 남성이 한 유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한 후기 글을 발견했다. 해당 남성은 2016년 영국의 한 사설 교육기관에서 영국 대학 입학 과정인 A-레벨을 준비해 케임브리지에 합격한 과정을 상세히 밝혔는데, 아버지가 '전직 법대 교수'이고 '어렸을 때 독일에 체류했다'고도 했다. 학부모들은 이 정보를 근거로 해당 남성이 김 교육감의 아들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김 교육감의 딸 이름으로도 인터넷을 검색해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외고와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사실을 발견했으나, 아들만큼 많은 증거를 발견하진 못한 상황이다.

전북교육청 "우리도 잘 몰라"

김승환 교육감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자녀 출신 학교에 대해서 입을 닫고 있다. 국회 이학재 의원실이 최근 김 교육감 자녀의 출신 고교와 대학·대학원 유학 여부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김 교육감은 "개인 정보 보호법 관련으로 비공개"라고 답했다.

전북교육청 정옥희 대변인은 본지 취재에 "아들과 딸 모두 일반고를 나와 지방대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사생활에 관한 부분을 교육감에게 직접 물어볼 순 없고, 주변에서 들었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아들이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했다는 의혹은 사실이냐"고 하자 "지난 6월 교육감이 아들 졸업식에 가기 위해 영국에 다녀온 사실은 알지만, 정확한 건 비서실장에게 확인하라"고 했다.

상산고 학부모 윤모씨는 "만약 아들을 고액의 외국 기관에서 입시를 준비해 케임브리지대에 보낸 게 맞는다면, 우리에게 '귀족 학교' '특권층'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억울한 일 아니냐"면서 "맞는다면 시인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떳떳이 밝히라"고 했다.


조선일보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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