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0층 높이서 90㎞로 추락… 강심장 아니면 못뛴다

광주=주형식 기자
입력 2019.07.18 03:00

세계수영선수권 시청률 1위… 27m 공포의 하이다이빙 타워 직접 올라가보니

하이다이빙 종목 출전을 앞둔 한 선수가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 운동장에 설치된 하이다이빙 타워에서 훈련하는 모습. /김영근 기자
계단 120개를 올라가니 머리 위로 하늘이 펼쳐졌다. 아래쪽에 오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다. "선수들이 뛰어내리는 곳은 저쪽 끄트머리예요." 안전을 이유로 동행한 엄희준(38) 공사관리실장과 한 걸음씩 움직였다. 발을 디뎠다가 뗄 때마다 철제 임시 구조물에서 '쉬익, 쉬익' 소리가 끊이지 않아 불안했다.

FINA(국제수영연맹)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부 경기가 열릴 플랫폼 꼭대기에 지난 15일 올랐다. 지상 27m, 국내 아파트로는 약 10층 높이였다. 선수들이 점프할 위치에 납작 엎드린 채로 고개를 내밀어 밑을 내려다봤다. 지름 17m, 수심 6m의 원형 풀이 고작 대야 크기 정도로 작게 느껴졌다. 남자 선수들은 이곳에서 몸을 던져 공중연기를 펼친다. '추락 속도'는 최고 시속 90㎞.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종목을 선택한 선수들의 뇌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안전 요원들이 풀 안에서 대기

하이다이빙(22~24일·조선대)엔 남녀부 1개씩 2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기술 종류, 난도 계산, 채점 방식은 실내에서 열리는 다이빙과 같다. 남녀 공통으로 총 4회 기술을 바꿔가며 연기해 얻은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FINA는 지난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때 하이다이빙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린다. 이종휘 조직위 하이다이빙 담당관은 "하이다이빙은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종목"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수면에 닿는 순간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발부터 입수해야 한다. 물에 잘못 떨어졌다간 큰 부상을 당하거나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위험 요인이 커 동호인들이 출전하는 마스터스 대회(8월 5~18일)엔 열리지 않는다.

너무 무서워서… 납작 엎드린 채 고개만 ‘빼꼼’ - 광주광역시 조선대에 설치된 하이다이빙 타워. 다이빙대에 오른 본지 기자(왼쪽)가 서 있지 못하고 엎드린 채 밑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파트 10층 높이(27m)의 플랫폼에서 지름 17m, 수심 6m의 원형 수조를 향해 떨어지는 동안 역동적인 연기가 펼쳐진다. /김영근 기자

다행히 세계선수권 하이다이빙에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도 안전 대책이 마련됐다. 조직위는 풀 안에 잠수복을 입은 요원 3명을 배치한다. 이들은 풀 안에서 대기하다 선수가 입수하면 물속에서 선수 상태를 살피며 다가간다. 선수가 손가락을 모아 'O.K(이상 없음)'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사고로 간주하고 구조에 나선다. 요원 3명 중엔 세계적인 하이다이빙 대회인 '레드불 절벽 다이빙(cliff diving)'에서 수년간 안전을 책임져온 다이버 2명이 포함됐다.

플랫폼 위엔 풍속계를 든 심판이 자리 잡는다. 시속 30㎞ 이상 바람이 불 경우 경기를 잠시 중단시킨다.

선수들이 떨어질 때 거센 바람이 불어 몸의 균형을 잃을 경우 크게 다칠 위험이 있어서다. 비가 오면 심판 7명이 안전 여부를 논의한 후 경기 재개를 결정한다.

◇저변 없는 한국은 유일하게 불참

한국은 이번 대회 6개 종목 중 유일하게 하이다이빙에만 참가하지 않는다.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가 없어서다. 이번 대회엔 18개국 39명 선수(남 24, 여 15)만 출전 자격을 얻었다. 미국이 선수가 6명(남녀 3명씩)으로 가장 많다. 남자부에선 2015 카잔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게리 헌트(35)와 2017 부다페스트 대회서 1위를 한 미국의 스티븐 로뷰(34)가 우승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여자 선수 중에선 2017 대회 챔피언인 호주의 리아난 이프랜드(27)가 2연패(連覇) 후보로 꼽힌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7일 현재 온라인 판매(6500석)는 매진됐고, 현장에서 티켓을 일부 살 수 있다.



조선일보 A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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