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날만 기다린다는 '비호감' 한국당의 착각

입력 2019.07.18 03:15
한국당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정당 호감도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 연령층은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에도 제대로 된 변화를 못 보여준 한국당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 것이다.

직전까지 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낸 의원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밖에서는 지금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틀렸다는데 당내에서는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당내 감투 다툼은 한국당의 민낯을 보여줬다. 한국당 소속 국회 국토위원장은 자리를 1년씩 나눠 맡기로 한 당초의 약속을 어기고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입원 투쟁'까지 벌였고 지도부는 그를 당 윤리위에 회부했다.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와 당직을 놓고도 집안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친박(親朴)이라 챙겨주고 비박(非朴)이라 내쫓으려 한다"는 등 이제는 듣기조차 지겨운 논쟁이 재연됐다. 나라와 당이 어떻게 되든 자기 밥그릇만 지키면 된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심산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최근의 국가적 위기와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내놓은 기억이 없다. 들려오는 것은 설화 논란뿐이다. 지도부 인사는 '이순신의 12척 배'를 언급한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 문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과 정권을 비판하는 것이 야당의 책무라지만 한국당 사람들은 거기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걸 모른다.

정부·여당이 고교 무상교육을 예정보다 1년 앞당기면서 선거법이 개정되면 총선 투표권을 갖는 고3 학생부터 첫 대상으로 하겠다는 안을 내놔서 "보이는 게 표밖에 없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그런데 한국당은 "아예 전 학년 무상교육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포퓰리즘에 그보다 더한 포퓰리즘으로 맞대응하는 야당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나. 총선에 대비한 과감한 인적 쇄신과 인재 영입이 준비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전 접촉도 하지 않고선 스포츠·연예계 유명 인사들을 영입한다는 얘기를 흘렸다가 그들로부터 바로 거부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한국당은 당내 일부의 우려처럼 시간만 흐르면 문 정부 실정에 기대어 자동으로 내년 총선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문 정부 사람들이 "우리가 야당복(福) 하나는 확실히 타고났다"는 말을 할 만도 하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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