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긍정·격려로 빚어진 여자 수구 '역사적 첫 골'

뉴시스
입력 2019.07.16 13:13
한국 여자 수구 첫 득점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의 역사적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첫 골은 긍정과 격려로 빚어졌다. 세계 수준과 비교하기 힘들만큼의 전력 차이에도 웃으며 서로를 응원했기에 '첫 골'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남녀 수구팀을 출전시켰다. 남자 수구의 경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적도 있지만, 여자 수구는 대표팀이 꾸려진 것 자체가 처음이다.

대한수영연맹은 5월말에야 부랴부랴 대표팀을 꾸렸다. 대표팀이 훈련을 시작한 것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불과 40여일 앞둔 6월2일이었다.게다가 전문 수구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대부분 경영 선수들로만 이뤄진 대표팀은 중학생 2명, 고교생 9명, 대학생 1명, 일반부 1명이 포함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이들에게는 너무 버거운 무대였다. 그래서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는 '한 골'이었다. 홀로 레이스를 펼치는 경영만 하던 선수들이 모였지만, 오히려 맏언니 오희지(23·전남수영연맹)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여자 수구 대표팀을 지도하는 홍인기 코치는 "개인 종목인 경영만 하던 선수들이라 단체 종목을 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수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다. 쉬라고 해도 선수들끼리 야간 운동을 하더라"고 전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의 세계선수권대회 데뷔전은 혹독했다. 지난 14일 헝가리와의 2차전에서 0-64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점수차였다. 헝가리가 71차례 슛을 던져 64개를 넣은 반면 한국의 슈팅 수는 3개에 불과했다.

처참한 패배에 실망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북돋웠다. '다음에 더 잘해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오히려 다음 경기 각오를 다졌다.

헝가리전을 마친 뒤 오희지는 "서로 수고했다며 격려해줬다. 지금은 다그치고 혼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힘을 내서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게 다독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에서 '한 골'이라는 소박하지만 큰 목표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경다슬(18·강원체고)이 주인공이었다. 경다슬은 0-24로 끌려가던 4쿼터 3분44초 러시아 골문 오른쪽 측면에서 강한 슛을 날렸고,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용도 헝가리와의 1차전보다 훨씬 좋았다. 슈팅을 무려 30개나 시도했다. 헝가리전과 비교해 10배가 늘었다. 슈팅이 많아지니 골도 나왔다. 12차례로 가장 많은 슈팅을 던진 경다슬이 득점에 성공했다.

경다슬은 "예상은 했지만, 0-64면 정말 큰 점수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 이제 안 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코치님, 언니들, 친구들과 함께 '내일은 더 잘해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우리가 잘하려고, 이기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엄청난 각오를 했다"고 전했다.

경다슬은 첫 골을 성공한 소감을 밝히면서도 동료들부터 챙겼다. "친구랑 언니들이 제가 골을 넣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또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경다슬은 "경기 후 한 명이 잘한 것이 아니라 다들 너무 잘했다고 서로 격려했다"고 말했다.

경다슬이 다음 목표를 말할 때도 대표팀이 얼마나 똘똘 뭉쳤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골을 더 넣겠다는 각오를 드러낼 법도 했지만, 그는 "이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저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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