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날리고 다이어트까지… 요즘 언니들은 보약 대신 수박

송혜진 기자
입력 2019.07.16 03:00

[복날의 수박]
달아도 수분과 섬유질 많아 채식주의자도 즐기는 보양식

수박, 요즘 없어서 못 판다. 초여름부터 유난히 무더운 탓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5월 팔려나간 수박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9%가량 많았다. 식생활 변화도 한몫했다. 여름철에 채식이나 다이어트식을 바짝 즐기며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2030세대 사이에선 수박이 '비건(vegan·채식주의자) 보양식' 소리를 들으며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서 일하는 한지음(28)씨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몸을 만드느라, 복날에도 삼계탕이나 해신탕 같은 음식 대신 마트에서 작게 썰어 파는 '나 혼자 수박'을 사 먹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에선 '#비건보양식' '#다이어트보양식' 같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수박 사진이 우르르 뜬다. 복날 피로 해소를 돕는 데다 고기나 해산물과 달리 양껏 먹을 수 있어 이런 별명이 붙었다. 크고 묵직해서 1인 가구족(族)이나 싱글족이 꺼렸던 수박이 어느덧 간편한 '보양 과일'로 떠올랐다.

◇가장 핫한 '비건 보양식'

적게 먹는 대신 한 입을 먹어도 질 좋고 맛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시대. 작은 수박과 비싼 수박의 등장도 수박의 인기를 껑충 뛰게 한 요인이다. 이마트가 최근 내놓은 '1% 수박'은 8㎏ 기준에 2만4800원 이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잘 팔린다. 작년 5~8월에 2만원 넘는 프리미엄 수박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1.2%나 많이 팔렸다. 최근엔 손바닥만 한 '애플 수박'에 속살이 샛노란 '망고 수박'까지 나왔다. 수박을 꼭지 모양 보고 고르거나 손으로 두들겨서 소리를 듣고 고른다는 것도 옛말. 요즘 웬만한 도매 시장이나 마트에선 수박 당도를 정밀하게 측정해 표시해놓는 경우가 많다.

수박을 그릴에 구우면 단맛이 더욱 강렬해진다. 여기에 레몬즙·으깬 견과류를 더하면 한끼 식사로도 손색 없다. /고운호 기자, 푸드 스타일링=문인영 실장(101recipe)
수박은 보통 100g에 20㎉ 정도. 달아도 열량이 낮고 90%가 수분으로 이뤄진 데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몸속 열을 낮추고 노폐물까지 내보내 다이어트에 제격이다.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강화한다"고 소문난 아르기닌 성분이 수박에 풍부하게 들었다는 사실이 젊은 층에게 알려진 것도 인기를 거들었다. 윤지영 피부과 원장은 "수박은 아르기닌의 전구체인 시트룰린이 풍부한 데다 영양제보다 체내 흡수도 잘되는 편"이라면서 "시중에 파는 약을 먹는 것보다 수박을 먹는 게 몸엔 더 좋다"고 했다.

◇그릴부터 샐러드까지

수박과 얼음을 곱게 갈아 만든 수박주스. /고운호기자, 푸드 스타일링=문인영 실장(101recipe)
태국식 수박 주스인 '땡모반'은 요즘 안 파는 카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단어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수박 주스가 대중화하면서 일반명사로 자리 잡는 추세다. 생과일 주스로 유명한 서울 광화문 '홀드미커피'의 김용준 대표는 "당도 높은 수박을 골라 냉장고에 넣어놓고 며칠 숙성시켰다가 꺼낸 다음, 수박씨를 일일이 손으로 빼낸다"고 했다. 씨를 제대로 골라내지 않고 만든 수박 주스는 맛이 거칠기 마련이라고. 수박과 얼음을 블렌더로 최대한 곱게 갈아야 과일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무더위에도, 숙취에도 그만이죠."

푸드스타일리스트 문인영씨는 '그릴 수박'을 권했다. 적당한 크기로 수박을 썰어 센 불에 달군 그릴에 살짝 구워 내면 수박의 단맛이 강해진다. 소금·후추·레몬즙, 으깬 견과류를 더하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수박 샐러드도 맛있다. 수박을 잘라 그릇에 담고 리코타 치즈나 페타 치즈, 루콜라 같은 허브와 오이 등 각종 채소를 더하면 끝. 문인영씨는 "간단하지만 풍성하게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라고 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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