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휘두른 직권남용죄… 일반인들까지 남발해 고소·고발 3배로

윤주헌 기자 이정구 기자
입력 2019.07.15 01:45

2년새 5044건→1만4345건으로… 정작 재판으로 간 사건은 0.3%뿐
'직권남용' 靑도 부메랑… 윤도한 3번 고발당해

문재인 정부 들어 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 건수가 전(前) 정부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본지가 대검찰청에 요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5044건이었던 접수 건수는 지난해 1만4345건으로 급증했다.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8215건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기관에 접수됐다. 검찰 관계자는 "추세대로면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수치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에게만 적용된다. 검찰은 2016년 말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적폐 청산' 사건에서 직권남용죄를 무기로 사용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이 남용되자 검찰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일반인들까지 고소·고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직권남용으로 수사를 받은 뒤 혐의가 인정되어 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극히 낮다. 직권남용 범죄 기소율은 지난해 0.36%(53건)에 불과했고 줄곧 0.2~0.4%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입증이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5년간 형사사건 평균 기소율(약 34%)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입증하기 어려운 직권남용 수사가 이어지면 결국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게 되고 행정 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번 달 검찰에 고발됐다. 알려진 것만 세 번이고 모두 '직권남용' 혐의였다. 지난달 18일 KBS는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의 난맥상을 다룬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을 내보냈다. 윤 수석은 사흘 뒤 청와대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KBS에) 즉각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브리핑 다음 날로 예정됐던 재방송이 결방됐다. 공영 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논란, 윤 수석의 직권남용 논란이 불거졌다. 자유한국당, KBS 공영노조,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의 고발이 이어졌다. KBS 공영노조는 "청와대가 출입 기자를 통해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했고 결국 재방송까지 결방되는 등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과제 1호로 '적폐 청산'을 내세우면서 전(前) 정권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대부분의 적폐 사건에 직권남용 혐의를 빼놓지 않고 적용했다. 대표적인 적폐 사건으로 꼽히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47개 혐의 중 41건이 직권남용 혐의일 정도다. 그런데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을 남발한 현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이 그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환경부 산하 기관장들을 임기 도중 사표를 쓰고 나가도록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현 정권에서 임명됐다.

직권남용의 남용은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8월 군인권센터는 박 전 대장이 공관병들에게 갑질을 했다면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의 단초가 된 직권남용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오히려 별건(別件)으로 기소했다. 1심에서 인정한 뇌물 184만원도 지난 4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다. 부하의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황당한 직권남용 고소·고발도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박 의원이 'KT 채용 비리 수사'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의 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였다. 박 의원은 같은 날 본인 소셜미디어 통해 "기자회견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상상력으로 큰 웃음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는 "무리한 직권남용 수사가 불러온 씁쓸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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