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을 보면… 40년전 '美의 일본 반도체 죽이기' 떠오른다

강동철 기자
입력 2019.07.12 03:16

[일본의 경제보복]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보고서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 산업 압박이 40여 년 전 미국의 일본 견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980년대 일본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장악하자, 미 정부는 반(反)덤핑 혐의로 조사에 나섰고 미국 기업들은 특허 침해를 빌미로 공격했다. 이후 일본 반도체산업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일본 정부가 전략 물자 관리라는 명분으로 자국산 핵심 소재의 공급을 막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내고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1980년대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를 되짚어 봐야 한다"며 "결국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을 막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잠재적 동의까지 있다면 앞으로 규제가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 일본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미국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1위로 올라섰다. 80년대 중후반에는 일본 NEC·도시바·히타치가 세계 1~3위를 차지했다. 첨단 제품인 PC 등의 핵심 부품을 일본 기업들이 독식한 것이다.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수억달러를 줬다며,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마이크론·AMD 같은 미국 기업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미 무역대표부에 제소했다. 일본은 미국 측의 공세에 밀려 1986년과 1991년 두 차례 반도체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 시장에서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10%에서 20%로 높이고, 일본 기업의 D램 해외 판매가도 인위적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 삼성전자가 이런 틈새를 파고든 측면이 없지 않다.

국내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은 특정 국가의 메모리 반도체 독점을 바라지 않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일본이 자신감을 가지고 규제 카드를 꺼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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