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줄게, 선생님 때려봐"… 때린 중학생 정학 10일

김연주 기자
입력 2019.07.12 03:01

솜방망이 처벌… 추락한 교권

"선생님을 때리면 2만원을 주겠다"는 친구 말에 아무런 이유 없이 수업 중에 교사의 머리를 때린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생이 '출석 정지(정학) 10일'의 처벌만 받았다. 2만원을 주겠다고 교사 폭행을 제안한 동급생도 같은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이런 솜방망이 대응이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력 악순환을 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말이 나온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의 A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과학 수업 중 한 학생이 갑자기 교사의 머리를 때렸다. 이 학생은 학교 조사에서 "친구가 '선생님 머리를 때리면 2만원을 주겠다'고 해서 장난삼아 그랬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는 연차가 낮은 여교사였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생활교육위원회(옛 선도위원회)를 열어 교사를 때린 학생과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 학생에게 징계를 내렸다. 정학 10일에 그친 것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그 이상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게 교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 교육 이수, 출석 정지, 퇴학 등 징계를 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라 퇴학을 시킬 수 없다. 출석 정지도 1회 최대 10일까지 연간 최대 30일까지만 할 수 있다. 강제 전학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해 때린 학생은 학교에 남고, 교사가 할 수 없이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교원지위법이 개정돼 오는 10월부터는 교권 침해 발생 시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 보낼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학생들이 강한 처분을 받길 원하지 않았고 학생들도 깊이 반성하고 있어 생활교육위에서 출석 정지 10일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 교사는 병가를 내고 수일간 쉬고 나서 학교에 복귀했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다.

하지만 '정학 10일' 징계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페이스북에 '이런 아이들은 이 지경에 빠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행동을 했는데 열흘 출석 정지 정도에 멈춰선 곤란하고, 적어도 30일 정도는 출석을 정지해야 하고 그 학교를 떠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대체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참 걱정된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하는 '교권 침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부의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초·중·고교에서 2000~4000건에 달하는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게 되면서 그 반작용으로 교사의 권위에 대한 존중이 약해지고, 인터넷 등의 폭력 콘텐츠에 많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경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남학생을 꾸중했다가 '씨X' '지X' 같은 욕을 듣는 경우는 너무나 많고, 교사를 때리지는 않아도 시도 때도 없이 때리는 시늉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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