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폭행 못한 미수범, 교도소에서 곧 돌아온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김정환 기자 이동휘 기자
입력 2019.07.12 01:31

[8세 아이 성폭행하려 한 '전자발찌 악마'의 한마디]
전국에 전자발찌 3846명

광주광역시에서 전자 발찌를 찬 50대가 밤에 주거지 인근 주택 2층에 침입해 모녀를 잇따라 성폭행하려다 11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범인 선모(51)씨는 전과 7범으로, 성범죄 전력이 세 차례나 있었다. 수년 전에는 차고 있던 전자 발찌를 훼손해 재수감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특정 장소 출입이나 외출 등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 모녀를 특정해 노리고 심야에 담을 넘어 침입했다.

/이철원
그에게 부착한 전자 발찌는 범죄 예방과 거리가 멀었다. 모녀가 사투를 벌이며 싸우는 동안 수사 기관은 그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전자 발찌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선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난 성폭행 못 한 미수범이다. (교도소에서) 얼마 안 살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법무부의 '범죄 예방 환경디자인 사업' 대상지였다. 예산 3억원이 투입돼 방범카메라, 안전 비상벨, 도로 반사경 등이 설치됐다. 그러나 이 역시 성범죄를 막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선씨처럼 전자 발찌 착용자가 이를 훼손하고 도망치거나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 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는 2015년 3598명에서 지난해 4668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6월 기준 3846명이다. 성범죄로 전자 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또 저지른 사람도 2015년 53명에서 지난해 83명으로 늘었다. 성범죄로 22년간 복역한 40대 남성은 출소 4개월 만에 성범죄를 저질러 지난달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전자 발찌 부착자를 관리하는 법무부와 검거하는 경찰의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사는 전과 7범 선모(51)씨가 50대 여성 A씨와 딸 B(8)양이 사는 주택 2층에 침입한 것은 지난 10일 오후 9시 40분쯤이었다. 그는 모녀가 사는 주택의 1층에 세들어 산 적이 있었다. 집 구조에 훤했다.

경찰에 따르면 선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담을 넘었다. 이어 계단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가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 모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선씨는 바깥쪽 침대에서 TV를 보고 있던 A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곧바로 A씨의 목을 조르며 성폭행하려 했다. A씨는 강력히 저항하며 "도와주세요"라고 비명을 질렀다. 안쪽 침대에서 잠자던 딸을 깨우기 위해 "빨리 도망쳐"라고도 소리쳤다. 깨어난 딸이 비명을 지르자 선씨는 A씨를 침대 아래로 밀쳐 떨어뜨리고 딸에게 달려들었다. 놀란 아이는 성폭행하려는 선씨의 입술과 혀를 물었다. 선씨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멈칫하는 사이 다시 A씨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A씨는 딸에게 "빨리 나가"라고 소리쳤고, 아이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1층으로 도망쳤다. 때마침 1층 주민이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2층으로 올라오던 중이었다. 딸은 1층 주민에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1층 주민이 2층으로 올라왔을 때 선씨는 황급히 바지를 추켜올리며 현관으로 나오고 있었다. 전에 거주했던 선씨를 단박에 알아본 1층 주민은 "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질책했다. 선씨는 무릎을 꿇고 "신고하지 말아 달라.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난 성폭행 못 한 미수범이다. (교도소에서) 얼마 안 살고 나올 것"이라며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씨는 경찰에서 피해자 A씨의 진술과 달리 "먼저 딸을 성폭행하려다 A씨가 깨어나 몸싸움이 시작됐다"며 "A씨를 성폭행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세 차례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선씨는 일용 노동자였다. 지난 2010년 성범죄로 징역 5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만기 출소한 뒤 한 차례 전자발찌를 훼손해 8개월간 또다시 수감됐다. 이 때문에 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2025년에서 2026년까지로 늘었다.

전자발찌 착용자 가운데 일부는 법원 명령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외출 제한이나 모텔 등 유흥업소 출입 금지 등 특별 준수 사항이 적용된다. 그러나 선씨는 대상자가 아니었다. 광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심야 시간이 아닌 때에 주거지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범죄 징후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광주의 경우 야간에는 당직 근무자 2명과 보조원 2명이 전자발찌 착용자 114명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대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감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여성 범죄 피해 예방제도 운영 실태'를 보면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직원들 대부분은 이들에게 전화 통화만 하고 있다. 법무부는 "감시·감독 인원이 부족해 재범을 예방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다"고 했다.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출입 금지 구역에 갈 때 울리는 경보는 1년에 400만건 가까이 되는데, 이를 감시하는 관제센터 인원은 69명이다. 1인당 5만~6만건을 관리해야 한다.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직원은 전국 192명으로 1명이 24명을 담당한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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