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CG에 구식 서사? 밀레니얼에 통할까

송혜진 기자
입력 2019.07.12 03:01

[라이온 킹]
17일 개봉하는 디즈니의 야심작
1994년 최고의 흥행기록 세웠던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구현

솜털 한 올 한 올까지 경이롭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라이온 킹'(감독 존 패브로)은 1994년 역사적 흥행 성적을 올린 동명(同名)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實寫)로 바꾼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야심작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에서 1조1387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전체관람가(G) 등급으로 가장 크게 흥행한 영화가 됐고, 뮤지컬로도 번안돼 9000번 넘게 공연됐다.

2019년의 '라이온 킹'은 배신과 성장, 투쟁과 승리의 기쁨이 버무려진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려 애쓴다. 아빠 무파사를 잃은 심바(왼쪽)에게 삼촌 스카(오른쪽)가 다가와 "떠나라"고 말하는 장면도 원작 그대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올해 디즈니는 이 20세기 걸작 만화영화 '라이온 킹'의 이야기에 실사 영화 기법과 최첨단 포토리얼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더해,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영상 충격을 구현해냈다. 11일 공개된 2019년의 '라이온 킹'은 매초 믿기지 않는 화면을 보여준다. 사자와 하이에나, 멧돼지와 미어캣, 개미핥기와 장수풍뎅이까지 거짓말처럼 움직이면서 눈앞에서 서사(敍事)를 잇는다. 21세기 첨단 기술이 20세기를 쥐락펴락한 이야기와 만난 것이다.

◇솜털까지 경이로운 첨단 기술

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내셔널지오그래픽류의 다큐 화면이 이어지지만, 모든 동물은 자신의 동작과 표정을 생생하게 연기한다. 아기 사자 심바(도널드 글로버)와 아빠 사자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가 한데 엉키며 장난치거나, 어른이 되어 마주친 심바와 날라(비욘세)가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는 몇몇 장면은 믿기지 않을 정도. 어디까지 컴퓨터 그래픽이고 실사인지 짐작조차 되질 않는다. 존 패브로 감독은 "'라이온 킹'은 실사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하이브리드(이종 혼합) 혹은 중간의 그 무엇"이라고 했다.

암사자 날라(맨 왼쪽 사진 왼쪽)의 목소리는 가수 겸 연기자 비욘세(맨 왼쪽 사진 오른쪽)가 맡았다. 실사 버전의 '라이온 킹' 속 동물들은 원작 캐릭터와 99.99% 비슷하다는 평을 듣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작진은 6개월가량 아프리카 케냐에서 동물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새끼 사자는 어떻게 걷는지, 배는 얼마나 부른지, 몸에 몇 마리의 파리가 달라붙는지까지 살폈다. 디즈니 애니멀 킹덤(DAK) 동물과학부의 도움으로 카메라를 설치해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의 75%를 촬영했고, 애니메이터들은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창조했다. 그러나 패브로 감독이 가장 힘을 쏟은 건 동물의 움직임이나 표정이 아닌, 진홍빛 노을 혹은 별이 흐르는 밤하늘 같은 것이었단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을 느끼는 건 그런 자연의 풍광을 볼 때니까."

◇20세기 서사… 밀레니얼 세대에 통할까

'알라딘' 등이 리메이크 버전에서 기존의 이야기를 살짝 비튼 것과 달리 '라이온 킹'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재현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원작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원형을 훼손했을 때 쏟아질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읽히는 대목이다. 초원의 왕자로 태어난 아기 사자가 삼촌 스카에게 쫓겨 집을 떠나지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돌아와 왕국을 재건한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 20세기 서사가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에도 맞을지는 미지수다. 멧돼지 품바, 미어캣 티몬과 정글을 뒹굴며 살던 심바가 운명을 깨닫고 왕국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다. 한 20대 관객은 "디즈니의 작품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확인했다"면서 "애벌레만 먹으며 히피처럼 살던 사자 심바가 왕위를 잇기 위해 자유로운 삶을 내던지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실사보다 실제 같은 화면인데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로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어색한 부분도 있다.

북미 시장의 예매율은 대단히 높은 편. 북미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판당고는 개봉 첫 주에만 1500만달러(약 176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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