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집권세력의 추악한 가면무도회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7.11 18:30 수정 2019.07.11 22:17

오늘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혹은 여당 소속으로 출마해서 선출된 39명 고관대작 명단을 들고 나왔다. 총리급에서부터 장·차관급인 그 사람들의 아들딸들이 어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혹은 다녔는지 밝혀주는 표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전수 조사를 했다. 조국 민정수석의 딸은 한영외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아들 둘은 명덕외고·대일외고, 장만채 전남교육감 아들은 대원외고, 김명수 대법원장 딸은 한영외고, 강경화 외교장관 딸 아들은 자사고인 이화여고와 용산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했다. 우수 학생들을 선점해서 입시경쟁을 과열시킨다는 이유였다. 일반 고교에는 열등한 학생들만 남아서 불평등이 심화된다고도 했다. 자사고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우수 학생들을 의대에만 보낸다는 ‘엉터리 통계’도 들먹였다. 그러나 이런 일부 문제점들은 일반고와 동시선발, 또는 추첨선발 등을 통해 그 부작용을 많이 줄여왔다. 그런데도 좌파 교육감들이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북 교육청이 상산고 재지정을 취소하더니, 드디어 서울 교육청도 무려 8곳이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어떤 과격한 정부에서도 보지 못했던 일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이 더욱더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그런 정부의 고관대작들은 대부분 우수 학생을 따로 뽑는 자사고와 외고에 보내거나 외국 유학을 보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사람들을 보면 한 마디로 ‘추악한 가면무도회’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음악에 맞춰 도덕적인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선전선동을 일삼고 있으나 가면 안쪽에는 자기 자식만큼은 철저하게 수월성 교육에 입각해서 알뜰하게 챙기는 매우 이기적이고 추악한 얼굴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방금 보여드린 것처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아들 둘을 모두 외고에 보냈다. 혹시라도 조 교육감은 "내가 아들들을 외고 보내봐서 아는데, 국민 모두가 자사고나 외고를 보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이런 비유를 하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장하성 주 중국 대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강남에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

그때도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졌었다. 당시 야당에서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 문재인 정부 주요 공직자의 집값 상승분을 공개했다. ‘강남에 살아봐서 아는데 강남에 살 필요 없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1년 사이 4억5천만 원이 올랐다"고 돼있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 개포동 아파트는 4억9천만원 올랐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거주하는 대치동 아파트는 7억원이 올랐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손병석 차관의 대치동 아파트는 5억7천만원이 올랐"고, "집값으로 장난치지 말라던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대치동 아파트는 5억8천만원이 올랐다"고 했다.

명단이 너무 길어서 전부 읽어드릴 수가 없을 정도다.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집이 강남과 분당에 한 채씩 있는데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가 야당 의원과 신랄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멀리 갈 것 없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억 상가 투기’를 했다가 물러났던 것이 불과 넉 달 전이요, 손혜원 의원은 이제 목포 문화재 거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지금 집권한 세력들은 전 정권 비리는 이 잡듯 뒤지고, 자신들의 비리에는 아주 관대하다.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현 정권의 특징 중 하나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이 말을 하는데 너무 약한 말이다. ‘내로남불’이 아니라 그것은 이것은 추악한 위선이다. ‘정치적 죄악’에 가깝다. 오래 전 멕시코의 민족주의 정치인들이 의회에서는 반미를 외치고 자식들은 미국 아이비리그에 보낸다고 했는데, 지금 한국 고관대작들에 비하면 그들은 ‘애교 수준’이었다.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제 자식들은 ‘자사고와 외고와 유학’이라는 선별적 수월성 교육의 코스를 밟게 하고 있는 사람들, ‘이상한 나라의 가면무도회’를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이 탈원전을 강행하면서 외국에 가서는 우리 원전을 사라고 외치고 다니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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