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추천위서 '용산세무서장'은 거론도 안됐다"

박현익 기자
입력 2019.07.11 17:19 수정 2019.07.11 17:39
추천위원 A씨가 말하는 검찰총장 검증의 문제점

"지금 방식으론 검증은커녕 거수기 역할이 전부"
회의는 딱 한 번, 돌아가며 20분 발언하면 끝나
9명 중 정부측 과반 넘고, 참고 자료도 형식적
"3~4명씩 추천하면 결국 정부 원하는 인사로 결정"

"인사청문회에서 '용산세무서장 사건'이 그렇게 논란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다못해 면접도 없고, 후보가 제출한 자료만 받아 보는데…"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1차 검증을 했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한 추천위원은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후보 추천 과정에서 논의조차 안돼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만난 추천위원 A씨는 윤 후보자 사례를 설명하며 후보추천위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형식적인 후보 추천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차기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지난 5월 10일 꾸려졌다. 법원행정처 차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5명이 당연직으로 들어갔고, 이밖에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법조인, 교수, 언론인 등 4명이 비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다. 과반 이상이 정부측 인사인 셈이다.

이후 법무부는 일주일 동안 후보 천거를 받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인사검증에 동의한 인사들의 결격사유 등을 가려 모두 8명을 추려냈다. 후보추천위는 6월 13일 4명을 추려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고, 박 장관은 윤 후보자를 임명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흘 뒤인 17일 그를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후보추천위가 본격적인 후보 검증을 한 것은 6월 13일 한 차례 회의가 전부였다. 그것도 오후 2시에 시작해 약 5시까지 했으니 3시간 남짓이 고작이었다. A 추천위원은 "위원 한 명당 20분씩 말하면 다 끝이 난다"며 "제대로된 검증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에 대한 참고 자료도 부족했다고 한다. A 추천위원은 "후보추천위가 볼 수 있는 자료는 서류뿐"이라며 "위장전입이나 병역, 재산 등 인사에서 단골로 논란이 되는 항목 위주로 서류들이 제출되고, 이 밖의 사항은 '궁금하면 물어보라'는 식의 시스템"이라고 했다. 추천위원들 중 상당수가 교수였는데 후보로 천거된 검찰 인사들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 채 후보추천위에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A 추천위원은 또 "정부 산하 기관장이나 임원을 뽑을 때도 면접은 보는데 여기는 없다"면서 "후보들에 대한 추천서도 주로 같이 근무하는 차장검사가 작성한 것들로, 용비어천가가 따로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인사고과 자료는 긍정적인 내용뿐이었다"며 "후보추천위 내부에서는 '일일이 후보들 개인사를 캐고 다니라는 것이냐 뭐냐'는 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8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후보추천위의 회의 진행은 보통 정부 측 인사인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는다. 이번 회의에서는 윤대진 국장이 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검찰국장은 통상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추천위원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검찰국장 회의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대통령이 누구를 시키려고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윤 국장은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A 추천위원은 전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용산세무서장 사건'이 논란이 되자 법조계에서는 "윤 국장이 추천위원이었으니 이 문제가 걸러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사건은 윤 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검찰이 축소, 무마하는데 윤 후보자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이 막역한 사이여서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등 도와준 게 아니냐는 것인데, 청문회에선 오히려 윤 후보자의 오락가락하는 증언으로 위증 논란만 커졌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고, 청와대와 여당은 임명 강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A 추천위원은 "추천 후보를 4명 뽑기로 한 것부터가 후보추천위의 검증 작업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천거받은 후보들 가운데 1~2명만 추리라고 하면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겠지만 4명을 선별하라고 하니 이미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고 했다. 4명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결국 정부가 뽑고 싶은 인물이 포함될 수밖에 없고, 추천한 뒤에는 장관과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에 후보추천위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취지였다. 검찰청법은 후보추천위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추천위원은 "만약 1명만 뽑으라고 했었다면 다른 이가 후보로 올라갔을 가능성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앞서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검찰총장 후보 추천 과정이 민의를 반영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후보추천위 구성 방식과 추천 과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천거는 비공개이고, 천거 기간도 일주일 정도로 상당히 짧은 데다 서면만 제출해야 한다"며 "어떤 기준으로 후보가 추천되었는지 알 수 없고, 국민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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