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사 日참여 추진하나⋯전작권 전환· 중러 견제 다목적 포석 주목

변지희 기자
입력 2019.07.11 14:38 수정 2019.07.11 16:59
주한미군,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日 참여 추진 논란 일자 "원문 오역일 뿐 논의 된 바 없어"
군사 전문가들 "미군, 전작권 전환·중러 견제 차원서 유엔사 확대 검토해와...日 참여 논의됐을 수도"
국방부 "日, 6·25 참전국 아니어서 전력제공국 활동 못해...한국군과 협의해야"


판문점 내유엔사 정전위 사무실 앞에서 근무중인 JSA 경계병의 모습. /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가 11일 발간한 '전략 다이제스트 2019'에서 "유엔군사령부는 위기 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부가 매년 발간하는 전략 다이제스트에 ‘유엔사와 일본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이란 문구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유엔사가 한반도 유사시 병력·물자를 지원할 국가에 일본을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맹국이 중심이 된 다국적 유엔사를 구성해 중국·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모델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주한미군은 논란이 일자 "일본의 유엔사 참여는 전혀 논의된 바 없으며 전략 다이제스트의 내용은 (영어) 원문의 오역"이라고 밝혔다. 원문을 제대로 번역하면 "유엔사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본을 통한 전력의 제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전시작전권 전환 후 유엔사의 기능을 확대하자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미국이 일본의 유엔사 참여를 검토하는 것 같다"고 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이날 "미국은 한반도에서 유엔군사령부 역할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유엔사 후방기지들이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하기를 희망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최근 6·25전쟁 직후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독일에 대해서도 유엔사 회원국(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해 달라고 타진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 내 반한 감정 등을 고려해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검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초 미국이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독일 측과 협의해 유엔군사령부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파견하려다 한국 측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사전 협의 없이 독일측과 협의해 연락 장교를 파견하려는 데 한국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입국했던 독일군 장교가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그 가운데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의료지원국을 제외한 참전국은 '유엔 전력(戰力)제공국'으로 유사 시 유엔군으로 한반도에 투입된다. 만약 일본이 유엔사의 전력제공국에 참여하게 된다면,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 이름으로 병력·물자를 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유엔사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은 현재 미군이 갖고 있는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과 맞물려 예전부터 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지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전작권 전환 후 유엔사의 기능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해, 전시(戰時) 외국군을 접수해서 연합사에 전력을 제공하는 기능을 확대하자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었다"며 "일본의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얘기일 것"이라고 했다. 유엔사는 전작권 전환 후에도 한반도 전장에서 전쟁 억제를 위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50여명인 유엔사 인원을 대폭 증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일본의 참여까지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전작권 전환 후 현재의 연합사를 대신해 한국군 대장(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에 대한 미 의회 내 반발을 설득하기 위해 미군이 유엔사 기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 사정에 밝은 한 예비역 장성은 "미군이 현재 50명 규모인 유엔사 상주 병력 규모를 250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중 40%는 한국군이 맡고 나머지 60%를 다국적군으로 구성하는 차원에서 일본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을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미군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일본 참여를 추진하는 게 사실이라면 한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본까지 참여하는 유엔사가 구성될 경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북한을 넘어 중·러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다국적 군사기구'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6·25 참전국이 아니어서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논란에 선을 긋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참여를 검토한다 해도 한국의 동의가 없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다만 한국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지 않는 선에서 해상지원을 해 주는 정도는 현실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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