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유출 공방 2라운드… 日 "156건 밀수출" 韓 "일본産은 없다"

김경화 기자 김형원 기자
입력 2019.07.11 03:00

[일본의 경제보복]
자민당·언론, 산업부 자료로 역공
산업부 "한국 혹은 중국산" 해명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0일 '한국 기업의 전략 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 문건을 보도하고 있다. /야후 재팬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10일 한국 정부 문건을 입수했다면서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한국 기업이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156건을 (제3국으로) 밀수출해 한국 정부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에 지정한 불화수소(에칭가스)도 아랍에미리트(UAE)로 불법 수출됐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패널 위원이었던 후루카와 가쓰히사는 FNN에 "이 정보를 보는 한 한국을 '화이트국가'로 취급하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했다.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미흡한 만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5일 일본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안보조사회장도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지난 5월 17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의 위법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아베 정부는 지난 1일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이후, 불화수소 등의 대북 반출 의혹과 한국 정부의 전략물자 통제에 대한 불신(不信)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에서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에 넘어간 것은 없다"며 "증거를 내놓으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쪽에서 우리 정부 자료를 근거로 한 반격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언론이 인용한)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은 정부가 매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오히려 우리의 수출 관리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적발된 불화수소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 혹은 중국산"이라고 했다.

FNN이 입수했다는 자료는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실이 지난 5월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인 것으로 보인다. 본지도 당시 조 의원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전략물자 불법 수출이 2018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고, 김정남 암살 당시 사용된 신경가스 VX의 원료가 말레이시아로 빠져나갔다'는 내용 등을 전했다. 다만, 당시는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기 두 달 전인 만큼, 2건의 불화수소 불법 수출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루지 않았다.

산업부 자료를 재검토한 결과, 불화수소는 2017년 12월 27일 베트남에, 올해 1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로 불법 수출됐다. 또 다른 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은 2017년 12월 인도네시아로 넘어갔다. 시안화나트륨은 VX 가스의 원료 물질이고, 불화수소는 VX 제조 과정에서 정제용으로 사용된다. 2017년 10월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된 디이소프로필아민 역시 VX의 제조 물질이다.

불화수소 외에도 미사일 탄두 가공·우라늄 농축 등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도 불법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월 시리아에 생화학무기 제조 관련 물자가, 2017년 6월엔 핵무기 가공용 기계(머시닝센터)가 베트남으로 각각 불법 수출됐다.

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가 관련 자료가 뒤늦게 공개되자 난처해진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방향 설정을 잘못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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