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부터 완공까지… 건축의 全 과정 사진으로 보여드립니다

채민기 기자
입력 2019.07.11 03:00

[김용관]
美 AIA 건축사진가상 받은 작가
건축계 호평 받은 잡지 '다큐멘텀' 자금난에 중단했다 4년만에 복간

건축 사진가 김용관(50)은 얼마 전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갈 때마다 '자식을 낳아 놓고 돌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되곤 했다. 그곳에 자신이 만든 건축 잡지 '다큐멘텀' 5호가 3년 가까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창간한 다큐멘텀은 공사 현장까지 포함한 건축의 모든 과정을 사진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하면서 건축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휘발성 강한 온라인 잡지 시대에 공들여 만든 종이 잡지로 단숨에 주목받았지만 2015년 10월 5호를 내고 자금난으로 발간이 중단됐다. 휴간(休刊)한 독립 잡지가 대형 서점 매대를 3년이나 지키는 게 대견하면서도 한쪽에 오도카니 놓인 모습이 안쓰럽고 애틋했던 것이다.

9일 서울 창성동 사무실에서 새로 나온 '다큐멘텀' 6호를 품에 안은 건축 사진가 김용관. /장련성 기자

휴간 3년 8개월 만인 지난달 말 다큐멘텀 6호가 나왔다. 김용관은 "갑자기 책을 못 보게 된 독자들에게 새 책으로 정중히 인사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럴 수 있게 됐다"며 "내가 선물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마음의 오랜 짐을 던 표정이었다. 다큐멘텀 6호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6월 마지막 주부터 현재까지 독립 잡지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다만 그가 말한 인사가 새 시작을 알리는 것이 될지, 정식 작별 인사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용관은 1999년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건축사진가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국내 대표 작가다. 건축은 현장에 가지 않고는 실물을 볼 수 없어 사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건물에 동선이 있듯 그의 사진엔 시선의 흐름이 있다. "한 장을 멋지게 찍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물을 어떤 흐름에 따라 보여줘야 사람들이 공간을 이해할지 머릿속으로 구성하며 찍는 게 제 사진의 특징입니다."

김용관이 촬영한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설계 김찬중). 지난달 나온 다큐멘텀 6호는 이 건물을 포함한 김찬중의 작업에 100쪽 이상을 할애했다. 사진이 흔해진 지금도 김용관은 꼭 필요한 장면을 신중하게 골라 찍고, 자신이 파악한 흐름대로 번호를 매겨 건축가에게 전달한다. /사진가 김용관
그 흐름대로 사진에 번호를 매겨 건축가에게 전달한다. 촬영부터 아날로그식이다. 잔뜩 찍어서 건축가에게 맘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하지 않고, 꼭 필요한 장면을 신중하게 생각하며 찍는다. 후(後)보정 역시 "이제껏 단 한 장도 남의 손에 맡겨 내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출판사 '아키라이프'를 차린 것이 2009년. 책을 만들어 한국 건축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한국의 작은 출판사에 세계가 주목하게 하려면 눈에 띄는 실적이 필요했다. 처음 낸 책이 덴마크 건축 회사 BIG의 작품집이었다. BIG은 구글의 미국 본사를 공동 설계한 건축계 스타다. "BIG으로부터 사진을 받아 엮는 게 아니라 직접 찍겠다고 설득해 출판 계약을 맺었죠." 그렇게 나온 책의 미세한 인쇄 실수를 그냥 넘기지 못하고 초판 전량을 폐기한 일화에서 완벽주의자의 뚝심이 드러난다.

한국 건축을 알리겠다는 처음의 목표가 다큐멘텀으로도 이어졌다. 5호 발행 이후인 2016년 영문 특별판을 만들고 당시 한국 건축의 경향을 종합했다. 제작비를 쏟은 만큼 만족스러운 책이 나왔지만 경제적으로는 결정타였다. 사무실을 줄이고 자동차를 바꾸고 카메라까지 팔아서 버텼으나 다시 책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그는 "후회는 전혀 하지 않는다"며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하나라도 허투루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A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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