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아프리카 가는 외교장관

임민혁 논설위원
입력 2019.07.11 03:16
최근 외교부 간부들이 강경화 장관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장관에 비판적이던 간부들도 "사실 장관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이런 목소리는 '외교장관이 바뀐다면 A가 확정적'이라는 얘기가 관가에 퍼진 뒤에 부쩍 늘었다고 한다. A가 워낙 직원들에게 가혹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보니 "그래도 강 장관이 낫지 않으냐"는 것이다.

▶곧 있을 개각에서 외교·안보 부처는 빠질 거라는 관측이 많더니 그제 총리가 국회에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청와대와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가 바뀐 모양이다. '정보통'이라는 의원도 "강 장관은 능력에 비해 너무 출세했다"고 거들었다. A와 악연이 있는 외교부 고위 간부가 장관 유임 소식에 "만세"를 불렀다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외교 문제로 강 장관이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한 간부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핵심 이슈를 다 틀어쥐고, 외교부와 외교장관에겐 곁가지 역할만 맡겼는데 욕은 다 외교부가 먹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권 초반에는 청와대가 한·미 정상 통화 내용도 외교장관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올 초 외교부 간부가 대통령에게 '일본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건의하려 하자 청와대 참모들이 "소용없다"며 막은 적도 있다고 한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때 강 장관이 현장에 달려간 것을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는데, 그게 딱 청와대가 외교부에 바라는 모습이라고 한다.

▶강 장관이 어제 6박7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3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고 한-아프리카 정치·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안 끄고 한가하게 돌아다닌다'는 비난이다. 외교부도 이런 여론이 신경 쓰였는지 "방문국을 5개국에서 3개국으로 줄였고, 일요일에도 공관장 회의를 한다"고 했다.

▶외교장관이 외국 나가는 건 당연한 업무다. 외교 지평을 넓히는 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우리 외교가 북핵·미국·일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당장 우리 숨통을 조여오는 외교 이슈들에서 해결 능력도 의지도 보여준 게 없다 보니 애꿎은 '아프리카 순방'에 대한 비판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외교부를 청와대는 막 대하고 국민은 인정하지 않는다. 외교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 맞나 싶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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