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칠 것인가, 뒤로 빠질 것인가… 올 여름 大作 판도 '이것'에 달렸다

황지윤 기자
입력 2019.07.10 04:17

[Culture&Money] [2] 영화 개봉일

올여름 성수기 극장에서 맞붙을 대작 영화들. 위부터 ‘사자’ ‘엑시트’ ‘나랏말싸미’. /롯데엔터테인먼트·CJ ENM·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개봉일이 영화의 흥행을 좌우한다. 영화 배급의 제1원칙이다. CJ ENM 조영용 배급팀장은 "데이팅(날짜) 전략만 잘 짜도 관객 수를 2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똑같은 영화도 언제 내놓느냐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지죠. 생물(生物)처럼 요동칩니다."

7월 말이나 12월처럼 방학이 시작하는 시기 대작(大作)이 붙는다. 올 여름엔 '나랏말싸미'(7월 24일 개봉), '사자'(7월 31일), '엑시트'(7월 31일), '봉오동 전투'(8월 초)가 격돌한다. 제작비가 100억원 이상 든 영화가 이런 기간에 맞붙는 건 개봉일과 흥행 수익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여서다. 1년을 52주로 나누면, 관객이 가장 많이 드는 상위 3개 주가 8월 1~3주 차. 평소엔 주당 관객 400만 명이 들지만, 여름방학과 휴가철엔 한 주에만 약 800만~900만 명이 극장을 찾는다.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일수록 이런 '빅 시즌'에 들어가야 본전을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여름·겨울 성수기에 대작 영화를 배치하는 것을 두고 '텐트폴(tent pole)을 세운다'고 한다. 텐트를 치기 위해 양옆에 기둥을 세우는 것에 빗댄 표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한 안간힘이다. 흥행 싸움에서 조금 밀린다는 판단이 서면 성수기를 피해 잡는다. 올 초 '흥행 대박'을 터뜨린 '극한직업'이 대표적 성공 사례. 보통 설 연휴 직전에 개봉하는 전략을 택하지만, '극한직업'은 설 연휴 2주 전 개봉했다. 경쟁작 '뺑반'에 비해 캐스팅이 약하다고 판단해서다. 먼저 치고 나가서 입소문 타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설 시장에선 '극한직업' 혼자 재미를 봤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개봉일 선정에 실패하면 본래 들어야 할 관객 수보다 20%나 적게 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급사들이 개봉일을 정할 때 포커 게임을 방불할 만큼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친다. 경쟁 배급팀끼리 만나 떠보기도 하고, 경쟁사 영화 시나리오를 구해 보기도 한다. 홍보에 얼마를 들이는지도 중요한 정보다. 예상보다 액수가 적게 책정되면 '(흥행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로 일정이 겹치지 않게 개봉 일정을 슬쩍 흘리기도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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