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 경주… 로마 이전 '그들'의 스포츠였다

허윤희 기자
입력 2019.07.10 04:07 수정 2019.07.10 06:34

에트루리아展
기원전 10세기 탄생한 고대 국가… 로마 흡수되기 전 1000년간 번영

기원전 3세기 전반의 ‘모자상’. /연합뉴스
로마 이전에 그들이 있었다. 기원전 10세기 이탈리아 중북부(오늘날 토스카나 일대)의 광활한 땅에서 탄생한 고대 국가. 종교와 신에 심취한 그들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피비린내 나는 검투사 경기를 즐겼으며, 금 장신구를 즐겨 사용했다. 포도와 기름이 올라간 식탁에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앉았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 모계 조상의 이름을 따라 아이들 이름을 지었다. 로마에 흡수되기까지 약 1000년간 번영했던 에트루리아 문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9일 개막한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는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던 에트루리아를 국내 처음 소개한다.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등에서 엄선한 유물 300여점이 왔다.

전시는 소설가 D. H. 로런스(1885~1930)의 발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그는 1927년 에트루리아 유적지 곳곳을 답사한 후 '에트루리아 유적 기행기'(1932)를 남겼다. 그가 적은 구절들이 전시장 곳곳에 붙어 감상을 돋운다.

기원전 7세기 전반의 전차. 청동과 철로 세공하고, 동물과 전투 장면을 묘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지중해 푸른 바닷길 같은 도입부를 지나면 제일 먼저 응회암으로 조각한 저승의 문지기 '반트'가 관람객을 맞는다. 볼테라 네크로폴리스의 거대한 돌방무덤에서 발견된 유골 단지는 그리스 서사 '오디세이'에 나오는 오디세우스 일행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기원전 2세기 후반의 유골함 뒤로 토스카나 현지의 풍경과 무덤 속 벽화가 거대한 3면 영상으로 펼쳐진다.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가 고개 숙이고 있는 '모자상'은 이탈리아 밖으로 처음 나왔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모든 것을 나무로 만들었고 그래서 도시들도 꽃처럼 완전하게 사라져버렸다"(로런스). 하지만 그들이 이룩한 문화는 살아남았다. 로마가 확장하면서 에트루리아는 정복됐지만 문화의 흔적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전시장 한복판, 청동과 철로 만든 기원전 7세기 전차가 화려했던 그들의 문화를 웅변한다. 네 마리 말이 전차를 끄는 로마인들의 전차 경주는 에트루리아인의 스포츠를 로마인이 모방한 것. 건축 기술인 아치와 수로 시설도 로마로 이어졌고, 에트루리아문자 역시 '로마자'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대표적인 글로벌 문자가 됐다. 10월 27일까지.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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