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트남의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입력 2019.07.1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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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아내를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과 중국은 여전히 아내들이 노예처럼 굴길 바란다." "베트남 소녀들이여, 한국 남자는 매우 폭력적이다."

베트남인 아내를 샌드백처럼 폭행한 한국 남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에 달린 베트남 사람들의 댓글이다. 하나의 사건으로 한국인 전체를 싸잡아 매도한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베트남 현지에선 그들의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30대 한국인 남성이 호찌민시 아파트 38층에서 전자레인지와 텔레비전을 집어 던졌다. 함께 사는 베트남 여성과 싸우다가 벌인 사건이었다.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데다가 오전 7시 출근 시간이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누군가 맞았다면 즉사했을 수도 있다. "이래도 oppa(오빠·한국 남성을 지칭)를 만나고 싶으냐"는 식의 비난이 잇따랐다. 같은 달, 하노이에서는 30대 한국인이 미성년자 등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과 베트남은 질적·양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를 맡은 베트남 축구팀이 아시안게임 4강에 오르고,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하는 등 기적을 이뤄내면서 한국에 대한 친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경제적 의존도도 높다. 작년 대(對)베트남 수출 규모는 1992년 외교 관계 정상화 이후 최대 규모인 486억달러였다. 수출 규모로만 보면 121배로 늘어난 셈이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가운데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들은 현지 진출과 투자를 선점했다.

베트남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해도 될 만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베트남익스프레스에 따르면 1년에 6000여 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다. 베트남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에 가장 많은 신부를 보낸 국가로 등극했다. 우리 국민이 된 한·베 부부는 물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주역이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이) 항상 동화 같은 결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 역시 '동화'가 되지 못한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주베트남 대사관과 영사관은 8일 "반한 감정으로 인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으니 예의 주시하자"는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한 베트남 네티즌은 "이번 사건은 첫 사례도, 마지막 사례도 아니다"라고 했다. 비록 첫 사례는 아니라 해도 이번이 마지막 사례가 돼야 한다. 아니라면 100명의 박항서 감독이 등장한대도 반한 감정을 막지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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